차이나 포커스
‘로봇 세상’인 중국, 근데 로봇이 밥 먹여주나?[특파원 리포트]
- 중국, AI 기술 성과 맞물려 휴머노이드 로봇 급속 발전
각종 전시회서 상용화 단계 모델 등장, 일반 소매판매도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 특파원] 지금 중국은 ‘로봇 천국’이다. 전기차, 이차전지 등에 이어 이번에는 로봇 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성과는 이른바 로봇의 ‘체화지능’(신체를 가진 AI) 발전으로도 연결됐다.
최근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를 보면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로봇, 특히 인간 모습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 7월 하순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박람회(WAIC)는 800여개 기업이 참가해 3000개 이상의 제품을 내놨는데 이 중 휴머노이드 로봇만 150대 이상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로봇은 올해부터 본격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로봇 산업이 본격 도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로봇 산업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기 기다릴 여유가 있냐는 의견도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급성장, 중국이 향유하나
지난 7월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공급망 촉진 박람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 부스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여러 대가 전시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중 관심을 끈 모델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톈궁’이다. 엔비디아는 ‘톈궁’ 2.0 모델에 자사 칩이 탑재됐다고 밝히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체 무용과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일약 스타가 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도 전시장 곳곳에서 보였다. 레노버 같은 기술기업들은 ‘G1’에 운영체제를 적용해 지시하는 음성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선보였다.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중국은 아예 로봇을 직접 사라면서 ‘로봇 소비 축제’를 열었다.
지난 8월 2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이 축제는 이좡경제기술개발구와 왕푸징 등의 오프라인 쇼핑몰은 물론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닷컴에서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이좡에서는 로봇의 판매·부품·서비스·피드백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지능형 4S 매장이 문을 열기도 했다. 이제 직접 소비자가 로봇을 구매하고 수리까지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장밋빛 전망도 넘친다. 지금까지 단순히 생산 공정에서 로봇 팔 등으로 쓰였지만 앞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직접 현장에 투입되거나 서비스 용도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약 53조원)까지 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AI의 급진적인 발전과 비용 절감을 전제로 한 낙관적인 시나리오지만 이전 전망치(60억달러)보다 대폭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전체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감안할 때 2030년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에서 2050년에는 5조달러(약 70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규모를 보면 사실상 25년 후에는 산업 전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쓰인다고 본 셈이다.
화제를 끌고 있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효용 가치가 그만큼 대단한가에 대한 논쟁도 있다. 중국 경제는 현재 디플레이션 심화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판국에 당장 ‘로봇이 밥을 먹여주나’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하며 지독한 저물가 상황에 머물러 있다. 중국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은 몇 년간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영향이 크다.
대형 부동산 기업의 파산 소식은 이제 흔한 뉴스가 됐고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 문제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당장 중국 경제를 일으킬 동력이 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에 위치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기술 발전이 대단하긴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빨리 실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지인데 이것이 빨리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주도하며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민간 부문의 참여를 장려하지만 현재로서는 ‘서투른 동료’ 수준”이라면서 “로봇 경쟁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등 기술 의존도 높은 점은 문제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로봇 산업이 급속한 발전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모터 속도 제어에 필수인 감속기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해 여전히 외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AI 및 반도체 부품에 대한 미국 기술 의존도도 중국의 장애물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핵심 부품 ▲시스템 공급망 ▲비용 절감 ▲안전성 확보 등이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했으며 기술 혁신 없인 양산이 쉽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현재 전체 로봇 시스템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시장 규모가 작아 대량 생산을 통한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불확실한 로봇 산업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부의 의지와 민간 기술 개발 노력이 필수임을 드러내는 분석으로 보인다. 지금은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시장의 향방은 알 수 없고, 한국 또한 여전히 성장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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