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변심한 동맹, 그리고 코리아 퍼스트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딱 미운 시누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을 위한 회담에서 지난 2월 때처럼 언쟁을 벌이고 내쫓지 않았지만, 핵심 사안인 안보 보장과 영토 문제에서 푸틴 대통령의 편에 더 가깝게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전쟁 내내 무기 등의 지원에 인색했고, 휴전이나 종전에 대해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를 더 압박했습니다. 이는 서방 진영의 좌장인 미국이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미국의 변심은 글로벌 관세 협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동맹이나 우방국이라고 해서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대만의 경우 별다른 협의 없이 한국·일본·유럽연합(EU)에 부과한 15%, 필리핀의 19%보다 높은 20%를 일방적으로 적용했는데요, 대만으로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만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함께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며 ‘친미’ 바람이 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군사·경제 분야에서 찬바람이 불면서 민심이 바뀌었습니다. 대만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ATM처럼 이용한다” ▲“배신당했다” ▲“우크라이나 다음은 대만” 등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왔으며, 여론조사에서 ‘유사시 미국이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는 40%대에서 30%대로 하락할 정도로 ‘못 믿을 친구’라는 불신이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 진영의 맹주를 버리고 우방국도 때리는 ‘글로벌 악동’으로의 변신에는 국력이 쇠락해 가는 늙은 호랑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위한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친구가 적들보다 더 나빴다”고 말하며 동맹이어도 미국이 손해 보는 일은 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명확히 했습니다.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하고 8개월간 초강대국 미국이 외교·통상 무대에서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직접 경험했는데요, 문제는 그가 퇴임한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나 관세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는 겁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가 미국 산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기업들도 이 같은 관세 환경에 맞춰 투자 구조를 재편하고 있어 자유무역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렇게 달라진 미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존처럼 동맹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처럼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를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한일 정상, 과거사 문제 논의…“미래 협력 방향 모색”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이것이 ‘SON톱’...데뷔골은 화려한 프리킥!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단독]박정훈 대령, 軍 최상위 수사기관 수장되나…장군 특진 가능성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세금 0원에 150억 환차익 ‘잭팟’…유럽 빌딩 투자했더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압타바이오, 급성신손상 예방약 내년 기술이전 자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