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성장과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서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룹의 비전 및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성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먼저 정회장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은 언제나 고객이며, 고객 만족이 곧 핵심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우선주의적 사고방식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라고 언급하며, “고등학생 시절 창업회장님과 함께 지내면서 늘 ‘사람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을 들었다. 그때 형성된 가치관이 지금의 나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기술은 사람의 실제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며 인간 중심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안전·품질·가치·경험 전반에서 고객 만족을 높이는 노력이 곧 현대차그룹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모빌리티 발전 방향으로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인공지능(AI)의 융합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이제 마력(horsepower)에서 프로세싱 파워(processing power)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있다”며 “전동화가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규정했다면, 소프트웨어는 제품 개발과 차량 구조, 사용자 경험,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력 전략에 대해서는 “파트너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전했다. 단순한 협력보다 목적과 효과가 분명한 협력을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술 공동 개발이나 공급망 시너지, 청정에너지 분야와 같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에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해선 2045년까지 전 사업 영역에서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 산업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세계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정주영 창업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꼽았다. 창업회장의 폭넓은 모빌리티 구상과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품질·안전에 대한 집념이 오늘날 현대차그룹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통상환경 변화와 관련해선 민첩성과 현지화 전략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정 회장은 “우리는 판매하려는 시장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국 내 제조·공급망·철강 부문에 2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스마트한 현지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의 미래는 사람과 기계가 협력하는 데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사람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토모티브 뉴스는 같은 날 현대차그룹의 3대 경영진인 정주영 창업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을 ‘창간 100주년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정의선 회장과의 인터뷰를 함께 공개했다. 

 

1925년 미국에서 창간된 이 매체는 유럽판과 중국판, 온라인판을 아울러 발행하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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