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오너의 아들’ 아닌 내부 구성원으로…승계 수업 이어가는 김동윤
- [2·3세 시대 열리는 증권업계]② 한국투자증권
‘현장경영’ 원칙 따라 리테일부터 전략실까지 실무 순차 이수
지분은 증여 없이 장내 매수로 축적…후계 구도는 중장기 과제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영 승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남구 회장의 장남 김동윤 대리가 리테일 영업부터 IB, 전략실까지 차례로 실무를 경험하며 동시에 지주사 지분을 늘려가고 있어서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된 '현장경영' 철학이 김남구 회장을 거쳐 3세인 김동윤 대리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동윤 대리는 1993년생으로, 영국 워릭대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 복무를 마치고 2019년 한국투자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첫 근무지는 강북센터지점에서 평사원 신분으로 리테일 영업을 담당했다. 이후 기업금융(IB) 본부에 합류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형 IPO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전략실에서 그룹 차원의 장기 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시작해 핵심 수익 부서를 거쳐 그룹의 컨트롤 타워에 이르는 경력 경로는 미래의 리더가 그룹의 전체 가치사슬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만들기 위한 의도된 설계로 해석된다. 리테일-IB-전략실로 이어지는 전형은 단순히 오너의 아들이 아니라 ‘제너럴리스트형 리더’를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인 셈이다.
김동윤 대리의 이러한 성장 경로는 특권이 아닌 자격 증명을 중시하는 김남구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김 회장 역시 1991년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해 금융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고,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북태평양 원양어선에 승선했던 경험은 그의 현장 중심 리더십의 근간이 됐다. 아들 역시 아버지와 유사한 경로를 밟게 함으로써 미래의 리더가 갖춰야 할 운영 능력과 내부적 정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영 훈련과 함께 지분 확보 작업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동윤 대리는 2023년 7월 처음으로 5만2739주(0.09%)를 매입한 데 이어 2024년 1월 4만200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0.17%로 높였다. 이후에도 장내 매수를 이어가며 같은 해 4월 기준 지분율을 0.6%까지 끌어올렸다. 증여나 상속이 아닌 직접 매수를 택한 것은 투명성과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장기 승계 계획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배경에는 김남구 회장이 약 20.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캐피탈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는 소유가 분산된 여타 금융지주와 달리 단순하고 수직적인 지배구조로, 지주사 지분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김동윤 대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김남구 회장이 여전히 그룹의 전략 수립과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고,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63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은퇴를 논의할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당 부분 이전받아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이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또한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마치는 것과 함께 급변하는 금융 시장 환경 속에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 독자적인 비전과 리더십을 입증하는 일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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