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은행 글로벌 지도]⓸
카카오, 韓 은행으로 25년 만에 태국 진출
토스 해외 진출 선언, 지분 투자·조인트벤처 등 다각도로 구상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가계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인터넷은행에 대해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면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영업을 넘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특히 공을 들이는 곳 중 하나는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한국계 은행이 태국 시장에 재진출한 것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서 철수한 이후 25년 만이다. 태국 재무부는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6월 19일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K-금융의 세계화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23년이다. CBX 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진행했다. 이듬해 중국의 위뱅크(Webank)를 기술파트너로 받아들이면서 가상은행 인프라 설계와 기술 역량 강화 작업을 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월렛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태국 정부는 현금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결제 기반을 강화하는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중심의 금융업 사업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태국 인구의 상당수가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돼 있다는 점도 향후 금융업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태국 중앙은행(BO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태국 전체 성인 인구의 약 18%는 무접속(unbanked), 45%는 저지출형 계층(underbanked)으로 분류된다.
BOT는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금융 허브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23년 무렵부터 가상은행 설립을 추진했다. 태국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형태의 은행이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할 예정이다.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당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과 관련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도 카카오뱅크의 또 다른 무대다. 지난해 6월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으로 해외투자를 한 인도네시아의 디지털은행 ‘슈퍼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앱 ‘그랩’과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 ‘싱가포르텔레콤’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그랩과의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슈퍼뱅크에 10%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상품과 서비스 기획, 개발 과정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해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슈퍼뱅크는 출범 1년만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슈퍼뱅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이 200억 루피아(약 2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수준이다. 6월 기준 대출잔액은 8조3500억 루피아(약 7100억원)로 1년 전보다 120% 넘게 불었고 예금잔액은 8조4300억 루피아(약 7200억원)로 750% 증가했다. 총자산은 1년 전보다 120% 늘어난 15조 루피아(약 1조2750억원)로 집계됐다. 순이자이익은 6700억 루피아(약 570억원)로 전년 대비 240%, 순이자마진(NIM)은 10.2%로 2.1%포인트 개선됐다.
티고르 M.시아한 슈퍼뱅크 대표는 “출범 1년 만에 수익을 내고 4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탄탄한 사업 기반을 마련했으며 빠른 고객 성장과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다음 단계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서 디지털금융 재설계 노리는 토스뱅크
토스뱅크도 글로벌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4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 액티브 시니어 공략, 주택담보대출 출시 계획 등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다. 동남아시아 지역 등 신흥국은 물론이고 미국·영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선진국까지 진출 후보군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금융의 재설계를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이은미 대표는 “신흥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선진국은 금융 시스템은 갖춰져 있으나 고객 경험은 여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았다”며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은행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고 있고, 구체적인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형태로 진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현지 규제와 고객 특성에 최적화된 해외 금융 모델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홍콩상하이은행(HSBC), 도이치뱅크 같은 글로벌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토스뱅크의 무대를 해외로 확대하는데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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