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목소리 커지는 ‘금리인하 요구권’…은행마다 수용률 격차 커
- [강화되는 금융 고객 권리]①
당국, 대출 갈아타기·중도상환수수료 개편 상호금융권 확대 강조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 1위 NH농협 42.6%, 우리은행은 17.8%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가치를 이전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15일 외국계 은행과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사 등 25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 CEO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강조했는데, 이런 기준이 외국계 금융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와 외국계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에서는 어떤 차이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9월 4일에는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채무조정요청권, 금리인하 요구권 등 적극적으로 제도 활용을 안내해 금융소비자들이 본인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리인하 요구권이란 금융소비자가 연봉이 인상되거나 승진 등으로 신용도가 올라가면 은행에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은행은 신청자의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 금리를 인하한다. 정부가 금융 소비자 우선 정책을 강조하면서 이같은 소비자들의 ‘금융 권리’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개편방안 상호금융권 확대 등 이른바 ‘금리 경감 3종 세트’다. 금융위원회는 4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 금융지원 간담회를 ‘성실 상환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 및 금융비용 경감 방안’을 발표하며 이런 정책을 언급했다.
대출 갈아타기란 기존에 이용 중인 대출과 비교해 금리가 더 낮거나 상환기간이 긴 상품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5%의 대출금리를 부담하는 소비자가 다른 은행에서 같은 상품인데도 대출금리가 4%인 상품을 찾았다면 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는 은행권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대출비교플랫폼 입점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차주의 상황에 맞는 대출 상품의 비교·추천이 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3월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은행권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갈아타기 안착 상황 등을 보며 참여 업권과 대상 상품 확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또 개인 마이데이터 사업자(AI Agent)를 활용해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대리 신청’에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자동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게 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금리 인하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차주에게 안내한다. 금융위는 이 서비스를 은행권부터 시행해 다른 업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부터는 상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 개편방안을 상호금융권까지 확대 예정이다. 중도상환수수료란 금융소비자가 원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한 날보다 앞당겨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은행이 일정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금융기관이 합리적 기준 없이 관행적으로 부과해 금융소비자에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금융위는 지난 1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을 개정해 이 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소비자가 대출을 조기 상환할 때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실비용만을 수수료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은 아직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이들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대출 갈아타기로 약 70억원, 금리인하 요구권으로 약 1680억원,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로 약 400억원 등 2000억원 이상의 감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다.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 은행마다 천차만별
시중 은행들의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대응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용률이 높은 은행은 NH농협, 감면액이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금리인하 요구권(가계대출‧기업대출) 수용률 1위는 NH농협은행(42.6%)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34.5%, 하나은행이 31.1%를 기록했고 KB국민은행(26.2%)과 우리은행(17.8%)이 뒤를 이었다. 감면액 기준으로는 신한은행(72억9200만원)이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52억7200만원), 하나은행(42억200만원), KB국민은행(26억4100만원)이 뒤를 이었고 NH농협은행의 이자 감면액은 12억8200만원 수준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서는 카카오뱅크가 눈에 띄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가계대출 부문에서 금리인하 요구권 신청·수용 건수를 비롯해 이자감면액이 가계대출 기준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한 이자 절감액은 약 160억원 수준이다. 토스뱅크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24%, 케이뱅크는 10% 수준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출범 이후 전국 편의점과 은행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받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모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은행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1918억원 규모의 수수료 면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마다 대출을 받을때 상황이 다르다. 초 저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이라면 신용도가 높아져도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은행마다 금리를 내려주는 기준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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