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뒤늦은 추격전]①
영국 오카도 기술 적용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
쿠팡·네이버가 시장 선점, 배송 경쟁은 퀵커머스로 이동
롯데온서 롯데마트로…온라인 장보기 재도전
롯데마트가 쿠팡·네이버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을 본격화한다. 지난 2022년 11월 롯데쇼핑과 영국 오카도의 업무협약(MOU) 이후 약 4년 만에 공식 가동을 시작한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CFC) 1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통해서다.
오카도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 초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롯데온 온라인 식료품(e-그로서리) 사업부를 흡수·통합하면서 관련 사업이 이관됐다.
신동빈 회장도 이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롯데쇼핑과 오카도의 MOU 당시 신 회장은 직접 현장에 참석해 양사의 협력이 상호 성장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국 기준 6개의 CFC를 구축할 계획이다. 8월 오픈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오카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연면적 4만㎡(약 1만2000평) 규모로 최대 3만5000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1000대의 인공지능(AI) 로봇과 자동화 물류 시스템 등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OSP)으로 고객 주문부터 배송까지 롯데마트의 온라인 장보기 모든 과정을 제어한다. 이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2~3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OSP가 적용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상품 변질 ▲오배송 ▲품절 등의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데이터와 AI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상품 운반부터 포장, 출하까지 주요 과정을 모두 자동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고 관리 문제는 기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받던 고질병이었다. 롯데마트 제타 애플리케이션(앱)의 구글 플레이 리뷰를 살펴보면 배송 대기 중 일방적으로 주문이 취소됐다는 소비자 불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부산과 영남권 400만세대 고객에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자동화 기술 등을 통해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게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범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마트가 제타 스마트센터에 기대감을 갖는 배경에는 국내 e-그로서리 시장의 성장세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지난 2019년 약 17조17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에도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소매 판매액 대비 온라인 거래액 비율)은 28%로 낮은 편이다. 가구·패션의 온라인 침투율은 50%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AI 스마트 물류센터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 쿠팡·네이버·컬리 등 복수의 경쟁자들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e-그로서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네이버, 컬리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60%를 웃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가 효율화를 높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물류 효율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등은 기존에 타사들도 해왔던 것인데, 롯데마트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현재 소비자들은 2시간 단위 배송이 아닌 1시간 내외의 더 빠른 배송을 원한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서도 이제는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등으로 매출 증대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이 허용된다고 해도 의미 있는 매출 개선은 어렵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는 새벽배송을 넘어 퀵커머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과 손잡고 1시간 내 빠른 배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는 관련 시장이 지난해 31억9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에 달했으며, 2030년 43억달러(약 5조9835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도 롯데마트는 경쟁사들과 달리 배민·쿠팡이츠를 중심으로 한 퀵커머스 경쟁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첨단 자동화 물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퀵커머스 서비스가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당시에는 쿠팡이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컬리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부흥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미 주요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속에서도 경쟁이 매우 치열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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