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OECD 평균보다 더 일하는 한국…금융권 ‘짧은 금요일’ 선도할까
- [주 4.5일제가 쏘아올린 공]①
정부, 2030년까지 韓 노동시간 OECD 평균 이하 목표
금융노조, 2002년 주 5일제 첫 도입 이어 4.5일제 앞장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정부가 주 4.5일제 입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 진행 중인 ‘짧은 금요일’ 실험이 이제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2년 주 5일제를 선도했던 금융권이 이번에도 전면에 나서면서 노동시장 전반에 변화의 파장이 예고된다.
韓 노동자, OECD 평균보다 더 일해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의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40시간보다 131시간 길었다.
주요 선진국의 연간 근로시간을 살펴보면, 미국은 연평균 1805시간 일한다. 또한 ▲일본 1611시간 ▲영국 1496시간 ▲프랑스 1489시간 ▲독일 1335시간 등으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적게 일한다. 우리나라보다 근로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 2207시간 ▲칠레 1953시간 등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 방안은 주 4.5일제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줄여 금요일 오후를 휴식과 재충전 시간으로 보장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주 4.5일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근로자의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에 세제·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제’ 입법화가 본격 궤도에 오른 셈이다.
법제처는 지난 9월 17일 이같은 내용의 ‘123개 국정과제 입법 계획 수립과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가 확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연말까지 법률안 110건을 국회에 제출하고 하위법령 66건을 정비한다는 목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은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고용이 발생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게 요지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도 올해 안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확정한다. 구체적으로 ▲중앙·지방정부의 주 4.5일제 시범사업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 ▲근로기준법 개정 ▲노사 자율 확산 ▲노동시간 적용 제외 및 특례업종 개선 등 세부 과제와 추진 시점 등이 로드맵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등을 임금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장시간 노동과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직장인들의 기대도 크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인 ‘주 4일제 네트워크’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0~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다수는 ‘주 4.5일제’를 단순한 근무일 조정이 아닌 실질적인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주 4.5일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58.1%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해 과반을 넘겼으며, 근무시간을 주 36시간으로 단축(66.8%)하는 방안과 연장 노동 상한을 현행 52시간에서 48시간(68.9%)으로 줄이는 방안도 큰 호응을 얻었다.

저출산·소비진작 해결책…금융노조 주 4.5일제 앞장
금융권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미 2019년부터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궁극적인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과도기적 성격의 4.5일제 실시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금융노조가 근무일수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근로시간 축소를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소비 진작 등을 위해서다. 앞서 금융노조는 2002년 7월 시중은행장 등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산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한 경험도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2025년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사측과의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4.5일제 도입과 임금 인상 등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지난 9월 26일 총파업을 단행해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경영계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기업 경쟁력 저하 ▲생산량 보존을 위한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 ▲대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낮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1.1달러로 OECD 37개국 중 24위를 기록했으며, OECD 평균인 약 7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한 경총 입장’을 통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유연근무제·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 근로시간을 시간을 노사가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유바이오로직스 출자회사 팝바이오텍 "알츠하이머 치료백신, 美NIH 연구과제 선정"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나영, 결혼 발표 "마이큐 가 보여준 신뢰·사랑·헌신에 마음 움직여"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재건축 접을래" 서울 평당 공사비 1000만원…분담금 '폭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아마존 3곳 물류 투자' 미래에셋 펀드, 일부 자산 '눈물의 손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명인제약 데뷔 첫날 '따블'…온코닉·엑세스 급등[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