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빠른 개인이 이긴다'...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새로운 생존 공식 [이코노 인터뷰]
- AI로 증강된 개인, 거대 조직의 보호막 없이도 생존하는 시대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거대한 말은 결국 죽습니다(大馬必死).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는 조직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합니다. 주주들은 이제 ‘그래서 직원 수가 몇 명입니까?’라고 묻고, 인당 시가총액이 기업 가치의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효율이 무게를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이미 ‘경량문명’에 들어섰습니다”
송길영 작가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거대함이 곧 안전이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힘이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백년 동안 축적과 확장을 통해 성장해온 산업 문명이 기술의 속도 앞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경량문명(輕量文明)’이라 정의했다. 기술이 개인의 역량을 증폭시키며, 규모보다 속도와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는 “조직의 무게보다 개인의 속도가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며 “문명은 이미 가벼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AI의 확산은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고 있다. 송 작가는 “지난해까지 기업들이 ‘AI를 써도 될까’를 고민했다면, 올해는 ‘경쟁사가 하면 끝장’이라는 공포감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율이 무게를 대신하면서, 많은 인력을 고용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더 많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도 매출 확대보다 비용 절감이 기업가치를 좌우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송 작가는 이를 “효율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송 작가는 조직보다 개인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가 열렸다고 봤다. 그는 “개인의 의사결정 속도는 조직이 절대 따라올 수 없다”며 “역량이 같다면 개인이 무거운 조직보다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과 조직의 관계는 전례 없이 느슨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함이 곧 정체성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조직의 부속품’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기술이 개인에게 도구와 판단력을 동시에 쥐여주면서, 더 이상 거대한 조직의 보호막 없이도 생존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실제로 AI는 개인을 하나의 ‘소형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송 작가는 “AI를 통해 개인이 증강되면 더 이상 큰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경쟁할 수 있다”며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개인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의 변화는 산업 전반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 대행사나 외주에 맡기던 업무를 내부에서 AI로 직접 처리하기 시작했고, 콘텐츠와 영화 산업에서는 수백억원이 들던 특수효과나 편집을 한 사람이 완성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생산의 단위가 작아지고 협업의 방식이 경량화되면서 ‘조직’이라는 울타리의 의미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협력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더 이상 한 공간에 모여 일하지 않아도 AI를 매개로 시공간을 초월한 협업이 가능해졌다. 송 작가는 “과거엔 사람을 모아 조직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필요할 때만 연결되는 느슨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협력의 형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일의 경계를 허물면서, 노동이 더 빠르고 가볍게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조직은 더 이상 개인의 성장을 책임지지 않는다. 송 작가는 “기업은 이제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이미 완성된 사람만을 찾고 있다”며 “‘경력 같은 신입’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은 스스로 깊어져야 한다”며 “특정 도메인을 정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고 조언했다.
“배운 것 잊고 새 질서 수용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
그렇다면 개인은 이 거대한 문명 전환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송 작가는 무엇보다 ‘관성의 저주’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경험을 쌓아온 분들일수록 배운 것을 잊고 빠르게 새 질서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적응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익숙한 관행과 구조가 사라지는 현실 앞에서,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규칙을 학습하는 유연함이 생존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개인의 끊임없는 ‘자기 증강’ 노력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송 작가는 “개인은 이제 조직에 기대 성장할 수 없다”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수월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길영 작가는 지난 3년간 ‘시대예보’ 3부작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적해왔다. 그는 사회적 규범이 해체된 이후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탐색했다. 이어 기술이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며 새로운 질서와 역할을 만들어가는 흐름을 포착했다. 이러한 변화를 그는 ‘핵개인’에서 ‘호명사회’, 그리고 ‘경량문명’으로 이어지는 세 단계로 정리했다.
특히 그는 이번 작업을 자신의 ‘성장기’로 표현했다. “처음에는 주체적 개인,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핵개인’이라 정의했고,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만들어가는 관계망을 ‘호명사회’라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량문명’에서는 개인과 조직의 관계가 새롭게 정의되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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