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현장에서 길러낸 리더십… 새 항로 오른 HD현대중공업 ‘이상균호’
- [조선의 수장들]➂
‘안전이 품질’… 디지털 혁신으로 체질 개선
KDDX·MASGA, 글로벌 조선 패권 향한 항해 시작

40년 넘게 조선업 외길을 걸어온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선 현장을 지켜온 그는 '현장형 리더'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HD현대중공업은 안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조선업 불황기를 극복한 뒤, 이제는 한미 조선 협력 구상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이하 마스가)와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등 굵직한 글로벌 과제에 나서고 있다. 40년 현장에서 다져온 이상균호(號)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상균 사장은 인하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중공업 생산관리 부서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현대삼호중공업 생산부문장,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줄곧 그룹의 핵심 조선 계열사를 이끌어왔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경영의 첫 단추를 '안전'에 맞췄다. 취임 직후 안전통합경영실을 신설하고,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협력사에까지 안전관리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전담팀을 파견하며, 안전관리 체계를 전사적으로 확산시켰다.
그의 리더십은 현장에서 직접 발휘됐다. 주요 공정을 점검할 때는 헬멧을 쓰고 용접 현장에 들어서며, 근로자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은 그를 "책상보다 조선소를 더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한다. 이런 ‘소통형 현장 경영’은 안전 문화 정착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 사고는 그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 '중대재해 없는 1000일'을 목표로 내세웠던 계획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안전경영 고삐를 더욱 바짝 죄었다. 올해 8월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라는 새로운 안전보건 경영체계를 도입했다. 추락·끼임·감전·질식·화재 등 9대 위험 요소를 '절대불가사고'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위반 시에는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재해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사고를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차단 대상으로 바라보는 체계적 변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균 사장의 안전 철학은 단순한 무재해 달성을 넘어선다. 그는 "안전이 곧 품질이고, 품질이 곧 경쟁력"이라는 원칙을 현장에 심어왔다. 이 기조 아래 HD현대중공업은 용접·도장·탑재 등 고위험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조선소(Smart Yard)’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울산조선소 일부 공정에는 AI 기반 용접 검사 시스템과 드론 점검 장비가 도입돼, 사람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작업 정확도를 높였다. 자동 운반로봇(AGV) 도입으로 부품 이동 효율성이 높아졌고, 실시간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체계도 자리 잡았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다. AI·로봇·빅데이터를 축으로 한 스마트십(Smart Ship)과 스마트야드 기술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LNG 운반선·방산함정·친환경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내부 회의에서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이 조선업의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릴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현장 중심의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사장이 취임한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4조4865억원, 영업이익은 7052억원으로, 조선업 불황기를 거친 이후 10년 만의 안정적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4조1471억원, 영업이익 4715억원을 달성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반등의 배경으로 ‘현장 중심의 경영’과 ‘디지털 전환 투자’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과 품질 중심의 리더십이 곧 생산 효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제 이상균 사장 앞에는 두 가지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한미 조선 협력 구상 '마스가', 다른 하나는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이다.
마스가는 미국의 조선 산업 재건을 목표로 한 양국 협력 프로젝트로, 한국 조선 기술을 미국 현지 인프라에 결합하는 구상이다. 미국 내 방산·상선 인프라가 노후화된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은 현지 조선 역량을 빠르게 복원시킬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이를 해외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조선 패권 재편의 기회로 보고 있다.
KDDX는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으로, 2036년까지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KDX-III Batch-II) 등 대형 수상함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방산 분야 기술 내재화와 체계 통합 능력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방위사업청의 보안 감점 조치, 정부 개입 논란 등으로 사업 추진 일정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KDDX와 마스가 모두, 이상균 사장이 지난 40년간 길러온 실무 감각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마스가와 KDDX 모두 단순한 수주 경쟁이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조선 패권의 중심에 설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며 “당장 마스가는 한화오션이 앞서나가는 양상을 보이지만, 물밑에서 HD현대중공업도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野 '청개구리 정부' 비판에 與 "김건희-햅번 촬영부터 사과해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드라마
일간스포츠
‘역전, 역전!‘ 한화, 대전의 가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드라마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與 김병주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韓 청년 3명 구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연금 고갈 우려'…전통자산 한계에 VC에 눈 돌리는 유럽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국산 의료기기의 반격, 시장 판도 뒤흔드는 업체들 공통점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