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삼성의 왕좌 탈환 1년도 길었다…위기서 빛난 이재용 리더십
- 4분기 글로벌 D램 1위 복귀할 듯
고부가 제품 믹스·조직 개편 성과
엔비디아·오픈AI 파트너십 강화
"2026년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삼성전자의 겨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글로벌 왕좌 탈환이 유력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실적 신기록까지 예고하고 있다. 취임 4년 차에 접어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을 앞세워 고비를 차근차근 넘어서고 있다.
3분기부터 D램 매출 점유율 상승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글로벌 D램 1위 타이틀을 되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지난 1분기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CFM)은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 점유율이 34.8%로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공신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만 트렌드포스와 영국 옴디아는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고 봤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4분기에는 삼성전자가 확실하게 글로벌 D램 1위를 다시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순위가 뒤바뀐 올해 1분기 2.3%포인트에서 2분기 6%포인트로 확 벌어졌다. 그러다 3분기에 0.6%포인트로 삼성전자가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비트 출하량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4분기에는 D램 공급 업체의 재고가 거의 소진되고, 비트 출하량 증가율은 크게 둔화할 것”이라며 “이에 전 분기 대비 가격이 일반 D램은 45~50%, HBM을 포함하면 50~55%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개선을 노리는 삼성전자에는 기쁜 소식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점유율 반등은 D램 가격 급등과 AI 수요 폭증이라는 시장 요인이 반영됐다. 차세대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는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5~60%로 삼성전자(15~20%)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다. 다만 불황기에도 생산 라인과 생산 능력(CAPA)을 유지하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위기 때 외친 이재용의 ‘사즉생’
삼성전자는 반도체 ‘혹한기’ 2022~2023년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다 역대급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량을 하향 조정했다. 재고 해소와 가격 회복을 위한 결단이었다. 수요가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 라인을 폐쇄하기보다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제품 믹스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감산을 진행했다. 신규 라인 투자와 차세대 공정 전환도 지속했다. 이처럼 기존에 유지해 둔 대형 라인과 범용 D램의 비중에 힘입어 3분기 호황을 누리고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혔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사즉생’(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의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왔다. 그는 지난 2022년 450조원 규모의 미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위기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같은 해 경기도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서는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는 경영 철학은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기술 혁신과 조직 문화 쇄신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경영진과의 거리를 확 좁혔다. 2023년부터 신년 사장단 만찬을 재개한 이유다. 특히 올해 3월 있었던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는 강도 높은 내부 비판으로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았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있고, 국가 총력전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따끔히 지적했다.
메모리 중심 구조로 대수술
이 회장의 의지는 단순히 말로 끝나지 않았다.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AI 메모리 역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해 급격한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2021년 말부터 이어져 온 DS(반도체)부문과 DX(모바일·TV·가전)부문 양대 축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반도체 조직을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다듬고 있다.
올해 반영된 조직 개편에서는 DS부문의 3대 핵심 사업부(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가운데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강화했다. 메모리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녹였다. 또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해 전략 기획 전문가인 김용관 사장을 앉혔다.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거치며 쌓은 사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 미션을 받았다. DS부문장은 대표이사로 내정해 부문별 사업책임제도 확립했다.
여기에 지난 11월 DS부문 안에 D램과 낸드 등을 아우르는 조직인 ‘메모리 개발 담당’을 신설, D램 개발을 주도해 온 황상준 부사장이 지휘봉을 잡는다. 제품별 실 단위로 분산돼 있던 역량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셈이다.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했던 HBM개발팀은 1년여 만에 D램개발실 산하 설계팀으로 흡수된다. HBM 사업이 일정 수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개발에 성공한 최신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품질 테스트를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뒤처졌다. 그러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에 납품하게 된 사실을 에둘러 전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내년 6세대 HBM(HBM4)부터는 제대로 겨뤄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에게 힘을 잔뜩 실어주고 있다. 2024년 DS부문장에 오른 전 부회장은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D램·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 등을 거쳐 메모리사업부장까지 역임했고, 2017년부터 5년간 삼성SDI에서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 감각도 키웠다. 2026년 사장단 인사에서는 선행 기술 연구 조직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 겸직이 해제돼 메모리 사업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법리스크 털고 글로벌 행보
이렇듯 체질 개선에 정신없는 삼성전자에도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이 회장의 발목을 10년 동안 붙잡고 있던 무거운 족쇄가 올해 비로소 풀렸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 등 14명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눌러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설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손해를 야기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는 삼성물산의 지배권 확보를 목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했다고 봤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은 날개가 달린 듯 아웃리치(대외 접촉)에 나섰다. 회사는 물론 국가 반도체 산업의 앞날을 가로막는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이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9일 만에 마련한 재계 만남에서 “대통령 되시고 나서 제가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언급하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후 무죄 판결을 받은 이 회장은 곧장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한미 관세 협상을 측면에서라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기간 테슬라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파트너십을 다지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 공급 계약 체결을 알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삼성전자와 맺은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 소식을 전하며 “두 회사(삼성전자·TSMC)와 일하는 것은 영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도 미국을 찾아 관세 협상에 힘을 보태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점검했다.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글로벌 AI 큰 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700조원 규모의 초거대 AI(인공지능) 인프라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지원을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지게 됐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11월 중동 진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UAE(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한국을 찾은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과 만나 반도체·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달 중순에는 미국 출장에서 머스크 CEO와 리사 수 AMD CEO를 만나 파운드리 파트너십 강화와 AI 칩 고객 확대에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AI 칩 ‘AI4’를 공급 중이며, 차세대 ‘AI5’와 ‘AI6’는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과 HBM 격차 축소에 이어 사법리스크까지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봄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5만~6만원으로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10만원대로 치솟아 이제는 ‘15만 전자’를 바라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내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 상회할 전망”이라며 “2026년 HBM 출하량은 올해 대비 3배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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