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우승민 기자]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소유한 법인 명의의 사옥이 임의경매 절차에 들어가며 고금리 장기화의 후폭풍이 현실로 드러났다. 초저금리 시기 대출로 부동산을 매입한 차주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서, 수도권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올해 8년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유명인을 포함한 '영끌' 투자자들의 한계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도권에서 임의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은 1만11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572건)보다 약 30% 증가한 수치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수도권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2022년 4405건, 2023년 5625건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9570건으로 급증한 뒤 올해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의경매는 금융기관이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에 대해 차주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경매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차주의 상환 능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금리 부담의 급격한 확대가 꼽힌다. 2020년 전후 연 2%대 고정금리로 취급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5년 고정금리 기간을 마치고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차주들은 연 4~5%대 이자를 떠안게 됐다. 이자 부담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늘어나자, 대출로 주택이나 상가를 매입했던 차주 상당수가 상환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악화도 경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취약 차주는 43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14%를 넘어섰다. 주택이나 상가를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고금리를 동시에 맞으며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차주들이 '출구 전략'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24건으로, 한 달 전인 10월(8772건)보다 60% 이상 급감했다. 전국 상가 거래 역시 투자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1분기 1만2100건에서 올해 2분기 5006건으로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유명인도 피해 가지 못했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법인 '라이크잇' 명의의 경기 파주시 문발동 소재 건물은 최근 임의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채권자인 IBK기업은행은 지난 7월 약 36억원의 채권을 근거로 경매를 신청했다. 해당 건물은 임창정이 2019년 설립한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사용됐으나, 회사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며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임의경매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 과도한 레버리지로 부동산을 매입한 차주들이 매매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경매로 내몰리고 있다"며 "서울 핵심지와 달리 가격 회복이 더딘 수도권 외곽이나 비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경매 물건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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