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태영의 농협은행, '데이터' 만큼 '신뢰' 쌓을 수 있을까
- [금융 CEO 열전 13]②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배임·횡령으로 타격 받은 '금융의 품격'…인적쇄신·내부 통제 나서
최고 수준 대손충당금, 당기순익은 감소…'불안한 내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고객과 농업인 자산에 손실을 입혀 송구스럽다”
2025년 10월,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취임 이후 금융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2024년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19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사고 금액은 약 453억 원에 달했다. 2025년에는 8건의 사고(275억 원)가 추가로 발생했다. 강 행장은 “부임 이후 대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고, 전체 15개 과제를 선정해 13개를 개선했다”며 “9월 15일부터는 상시 준법 시스템을 가동해 금융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농협은행의 키를 쥔 강태영 행장이 취임한 이후 조직개편과 내부통제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핵심 과제는 금융사고 방지와 내부 통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농협은행의 ‘2024~2025년 8월 농협은행 금융사고 중 대출관련 내역’에 따르면 대출 관련 금융사고 10건 중 5건은 직원의 횡령·배임·사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금액은 293억 원에 달했다. 직원의 배임이 3건, 횡령과 사기가 각각 1건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외부인에 의한 사기’ 유형으로 보고한 사건 가운데 과다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농협은행 직원이 가담한 정황도 확인됐다. 농협은행 직원이 부당대출을 받아 자신의 코인·주식 투자로 생긴 빚을 갚은 사건도 있었다. 해당 직원은 2018년 1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코인과 주식 투자를 통해 총 5억 5800만 원의 손실을 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금주 의원은 “농협은행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직원에 의한 사건을 포함해 지난 기간 발생한 모든 금융사고를 분석해 농협은행 차원의 금융사고 제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농협은행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내부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은행권 최초로 자체 내부통제전문가 육성제도인 ‘NH내부통제전문가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8주간 자율학습과 온라인 평가로 3급 자격을 부여했다. 이번 평가로 3500여 명의 내부통제전문가를 양성했다. 주요 교육과정은 ▲금융사고예방과 내부통제 ▲법규준수와 내부통제 ▲금융윤리 등이다. 최근 벌어진 중대 금융사고 사례(Case study)를 중심으로 사고 예방대책과 내부통제 제도에 대해 심도 있는 학습이 되도록 했다고 농협은행 측은 설명했다. 향후 2급과 1급 인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12월에는 16명의 부행장에 대한 업무 분장을 실시했다. 전체 부행장 중 절반이 넘는 9명을 전격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지속 성장을 위한 경영체계를 본격 가동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강태영 행장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내부통제 역량과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사고예방의 핵심”이라며 “인증제도 실시를 초석으로 삼아 전사적 내부통제 문화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방어력 1위’의 그림자, 충당금에 가린 건전성 우려
잦은 금융사고로 농협은행은 223.06%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기록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리스크 관리의 성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두꺼운 방어막’은 역설적으로 농협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란 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경우(부실채권)에 대비해 미리 쌓아둔 돈의 비율을 말한다. 보통 100%가 넘으면 “부실이 터져도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시중은행들 대부분은 100%가 넘는 적립률을 기록 중인데, 그만큼 금융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가 넘으면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경기 침체가 심화하거나 대규모 금융사고로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져도 은행의 자본 적정성에 타격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적립률이 높다는 것이 “그만큼 부실이 터질 곳이 많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성격상 농업인,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금융소비자들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금리가 오르거나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는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23%에 달하는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이 고리들이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보 부풀리기 대출 사건처럼 문제가 터졌을 때 담보를 처분해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출보다 훨씬 많은 충당금을 쌓아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충당금을 과도하게 쌓아놓는 것은 그만큼의 이익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 돈은 다른 곳에 재투자를 하거나 배당을 할 수 없고 오로지 방어를 위해 묶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강태영 행장의 과제는 농협은행이 충당금을 줄여도 될 만큼 투명한 여신 심사 시스템을 마련하고 내부통제를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성 하락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최근 공시된 2025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67%를 기록했다. 1년 전(1.91%)과 비교하면 0.24%p 하락한 수준이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별도기준 1조 565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약 400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뢰는 한순간의 사고로 무너진다’고 강조했던 강 행장의 발언은 그만큼 농협은행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며 “농협의 신뢰성 제고가 강 행장의 진짜 성적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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