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들과 공화당 의원들이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한국 정치권의 쿠팡 압박을 잇따라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관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해 그의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회가 쿠팡을 공격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장벽을 구축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공화당 보수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외교·안보 인사로 평가받는다. 그의 발언은 쿠팡 사안을 단순한 기업 규제 이슈가 아닌 한·미 통상 관계와 연결 짓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공화당 중진인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지난 22일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 콜러에 기고문을 싣고 “애플·구글·메타와 함께 쿠팡이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 내부에서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 시민까지 겨냥한 공격적인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 역시 엑스를 통해 “한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를 해온 미국 기업 쿠팡을 오히려 제재하고 있다”며 ‘한국의 미국 기업 배신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쿠팡의 모기업인 Coupang In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미국 법인으로 분류된다. 미 상원 로비 공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5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 1075만 달러(약 155억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통상 현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플랫폼 정책을 비관세 장벽 이슈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초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고위급 회의가 내년으로 연기됐는데,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Politico를 통해 나온 바 있다.

한편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쿠팡은 25일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해당 인물이 행위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유출자는 탈취한 보안 키를 이용해 약 3300만 개 고객 계정의 기본 정보에 접근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와 함께 2609개의 공동현관 출입 번호가 포함됐다. 쿠팡 측은 “유출자가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고, 제3자에게 전송된 데이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는 쿠팡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 나섰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 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렸다”며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정보 유출 및 규모 유출 경위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에 있는 사항으로,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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