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5극 3특’ 국가 재설계의 골든타임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은퇴하면 번잡한 서울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서 살자.” 은퇴를 앞둔 50대 후반의 남편들이 흔히 하던 말인데, 요즘 이런 얘기를 했다가는 ‘세상 물정 모른다’며 아내의 매서운 질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병원 갈 일이 많은데, 지방을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지방의 의료 환경은 서울·수도권과는 차이가 큰 게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권별 의료 이용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가장 적은 곳은 15.56명의 충남북부권이었는데, 이는 가장 많은 서울권(경기·인천 포함, 30.14명)의 절반 수준입니다. 다른 지방도 별반 차이가 없는데, 충북권 15.97명, 강원권 17.08명, 제주권 18.36명, 경남서부권 18.54명으로 서울권보다 적었습니다. 진료 과목별 격차는 더 심각한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를 표시한 1차 의료기관(의원급)이 서울권에는 2736곳이 있는 반면 충남북부권에는 10분의 1 수준인 250곳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환자가 뺑뺑이를 돌다가 진짜 위급한 상황을 맞는 일이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자주 벌어지고, 임산부가 아기를 낳기 위해 머나먼 서울권으로 원정 출산을 떠나는 모습이 일상이 된 것이겠지요.
자산·부동산 격차는 좌절감마저 들게 합니다. 국가데이터처 등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 가구당 평균 자산은 서울이 8억3649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무려 2억7000만원 가량 높았던 반면, 전국 꼴찌인 전라남도는 3억6754만원으로 서울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집값 양극화는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202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 신현대 8차 한 채의 값(85억원)으로 경북 칠곡 전용 32㎡(1100만원)를 무려 770채나 살 수 있었습니다.
지방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치고, 실제로 서울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통계청·지방소멸지수 분석을 종합하면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0.5 미만)’으로 분류됩니다. 부산광역시도 2024년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 위험 지역’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는데, 지방 소멸이 농촌·군 단위를 넘어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서울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일극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이 함께 성장해야 국가도 지속 가능해집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전국을 5개 권역과 3개 특별지역으로 나눠 지역 균형 발전과 초광역 협력을 추진하는 ‘5극 3특 국가 균형 성장 전략’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넘어 권역별 성장 거점을 만들고, 지역의 특성을 살려 국가 전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호응하며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5극 3특이 구조만 화려한 ‘지도 위 프로젝트’로 남지 않으려면 권한과 재정, 인재, 성과 평가가 함께 설계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한 번의 선언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지방 소멸의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중앙과 지방, 정치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해법을 실행에 옮겨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26년 병오년이 대한민국이 불균형의 늪을 벗어나, 지역과 국가가 함께 숨 쉬는 ‘국가 재설계’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갓 잡은 갈치를 입속에... 현대판 ‘나는 자연인이다’ 준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21/isp20251121000010.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시진핑, 李 대통령에 “AI 등 협력…동북아 평화·안정 지키자”(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조용필, '60년 죽마고우' 故안성기 향한 마지막 인사 먹먹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시진핑, 李 대통령에 “AI 등 협력…동북아 평화·안정 지키자”(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청산보다 회생’…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적자 뒤 ‘숨은 반전’[only 이데일리]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클래시스 볼뉴머, "효능 높이고 통증 줄였다"…써마지 넘어 中1.4조 시장 재편 신호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