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2026년 재계 신년사 관통하는 키워드...'속도가 생명'
- 재계 총수들 'AI 혁신'과 '변화의 속도' 키워드 제시
적토마처럼 빠르고 강한 추진력 요구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붉은 말의 해가 밝으면서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도 시작됐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물결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 속 글로벌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거친 파고를 넘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수장들은 ‘AI 혁신’과 ‘변화의 속도’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적토마처럼 빠르고 강한 추진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AI·AX 혁신 성과 기대
병오년 주요 그룹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AI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AI 시대가 활짝 열렸고, 이에 따라 산업이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키워드다. 특히 AI 전환(AX) 속도를 높여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과 포부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AI 드리븐 컴퍼니’(driven company)로 비전을 정한 뒤 전사적인 차원에서 AI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새해 첫 출근일인 지난 2일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신년 만찬을 가진 뒤 올해 경영 구상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X와 관련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생각과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까지 혁신해 업무 스피드와 생산성을 높여 나가자”는 독려 메시지가 전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승풍파랑’ 도전을 강조했다. 승풍파랑은 ‘먼 곳까지 불어가는 바람을 타고 끝없는 파도를 헤치며 배를 달린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그는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 그간 축적해 온 자산과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만드는 법고창신의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파도를 헤쳐 나가는 승풍파랑의 도전에 나서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AI가 촉발한 산업 전환기를 맞아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 선도’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다”며 “파트너들과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를 넓힌다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이미 깊숙이 일상 속으로 스며든 상황이라 기업들의 AI 전략이 필수로 요구되고 있다. ‘AX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AI 성과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변화의 속도·실행력이 생명
AI 물결로 인한 시대적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이제 변화의 속도를 높여야 기술 경쟁력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흐름이다. 속도 경쟁이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총수들의 주문도 빠른 ‘속도’와 ‘실행력’에 맞춰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기존 성공 방식을 넘는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의 변곡점에 서 있는 기업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실행력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획과 실행 간극을 줄여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PEST(정치·경제·사회·기술) 관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해 달라”며 “강력한 실행력으로 기존 핵심사업에서의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파괴적 혁신으로 제2, 제3의 도약을 주문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열정과 추진력이 강한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치밀하게 수립한 계획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자”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미래 선도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김승연 회장은 “AI, 방산 등 핵심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기술을 보유해야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 방산·항공우주·해양·에너지·소재·금융 등 전 사업 영역에서 미래 선도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기선 회장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처음 발을 내딛는 용기’를 두려움 없는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자율운항·연료전지·전기추진·배터리팩·로봇·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미래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상용화하자”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AI 비즈니스 임팩트의 원년’과 ‘고객 욕구 재창조’를 각각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허태수 회장은 “저유가 기조와 수요 둔화 가능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화학 산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변화를 지켜만 보지 말고 한발 앞서 실행해 성과로 완성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용진 회장은 “고객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1등 기업의 품격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며 ‘탑의 본성’ 회복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탑의 본성을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한발 앞서 한 박자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대기업집단 10개 그룹의 신년사에서 최다 언급 키워드는 ‘AI’였다. ‘고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기업들이 언급했고, 산업 지형의 재편 속에 ‘변화’ 키워드도 많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도 자국 보호주의와 미중 갈등 등의 글로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변곡점에 선 상황에서 ‘변화의 속도’ 엔진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신년사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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