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곳간에서 인심 난다…금융사 수장 ‘생산적 금융’ 한 목소리
- [금고 마감, 새 시작]②
돈 버는 방식 바꾼다…고객 신뢰 확보는 기본
패러다임 변화·머니무브…수장들이 꺼낸 위기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지난해 곳간을 두둑하게 채운 금융사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적‧포용 금융’ 확산에 나설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생산적 금융을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첨단기술 발전으로 인한 금융시장 패러다임 변화와 증권업계로의 ‘머니무브’ 흐름 속에서 위기감과 경계심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적 방어 차원을 넘어, 기존 은행 중심 수익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적 금융 최우선 과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들은 2026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생산적 금융’을 동시에 제시했다.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자금 공급과 금융소비자 신뢰 확보가 올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 그룹이 나아갈 경영전략 방향으로 ‘전환과 확장’(Transition & Expansion)을 제시했다. 또한 경제 성장동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과 취약층을 보호하는 ‘포용적 금융’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도 패러다임 변화의 한 축으로 언급했다.
양종희 회장은 “생산적 금융 등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략적인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사업성 평가 역량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의 부족했던 부분을 거울 삼아 국민 누구나 KB의 금융서비스를 누리는 포용금융을 본연의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자”면서 “단순한 규제준수가 아닌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고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내세웠다. 진옥동 회장은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금융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자”며 “향후 그룹의 성장은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또한 ‘미래동반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금융’을 올해의 경영전략으로 삼았다. 임종룡 회장은 “‘생산적 금융’을 본격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포용금융’을 적극 실천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며 “생산적 금융은 기업금융 명가(名家)인 우리금융이 가장 자신 있게, 그리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실제로 4대 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위해 앞으로 5년간 막대한 자금을 공급키로 했다. 포용금융을 제외한 생산적금융 규모만 ▲KB금융 93조원 ▲신한금융 93조~98조원 ▲우리금융 73조원 ▲하나금융 84조원 등이다.
AI가 바꾸는 판…금융사 수장들 “체질 전환 불가피”
각 사 수장들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이 금융산업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기존 영업채널만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현실 판단도 내포돼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는 혁신으로, 하나금융 대전환’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여기에는 AI‧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금융업권 변화에 적응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함영주 회장은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3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며 “AI를 비롯한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론, 금융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회장 또한 “AI 기술의 발전과 초고령사회 진입, 제도·정책 변화 등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금융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는 심사·상담·내부통제 등 핵심 영역에서 AI전환(AX) 성과를 임직원 모두가 가시적인 변화로 체감할 수 있도록 실행의 깊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머니무브’ 가속…주력 계열사 은행 위기의식 번져
내년을 둘러싼 전망 속에는 ‘머니무브’에 대한 경계심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증시 호조가 이어지며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증권상품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대마진 중심 수익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함 회장은 “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있다고 한다”며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증권사로의 이탈은 이미 일상화됐고, 종합투자계좌(IMA) 를 비롯한 새로운 상품의 등장도 더이상 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함 회장은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산관리 역량의 강화는 단순한 경쟁력 제고를 넘어 생존의 기반 그 자체”라며 “디지털금융을 주도하고 보안체계를 고도화할 기술역량의 확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 회장은 “머니무브로 흔들리는 우리의 이익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문과 상담 중심의 영업을 통해 종합적인 자산·부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자본 효율적 기업금융(IB) 비즈니스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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