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손발’ 달린 AI…우리 삶 속으로 CES 2026이 예고한 ‘피지컬 AI’ 혁명
- 삼성·LG·현대차 등 K-테크, ‘AI 홈·로봇’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피지컬 AI 이제는 실생활에 녹아들어…글로벌 경쟁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2024년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지능’에 감탄한 해였고, 2025년이 그 기술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안착한 시기였다면, 2026년은 AI가 비로소 실체를 가진 ‘몸’(Physical)을 입고 우리 삶의 현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피지컬 AI’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은 ‘혁신가의 등장’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알고리즘이 로봇, 자동차, 가전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빌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삶의 질을 혁신하는 광경을 전 세계에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CES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 것은 한국 기술력의 압도적 위상이다. CES 주관사인 소비자기술협회(CTA)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까지 370여개 CES 혁신상이 시상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 중 218개(59%)를 수상해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CES 혁신상은 CTA가 매년 1월 열리는 CES에 앞서 기술력과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에 주는 상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CES 36개 분야 중 핵심 트렌드인 AI 분야에서 최고 혁신상 3개를 독차지한 것을 비롯해 최고 혁신상 30개 중 15개를 석권했다.
집안의 동반자, LG ‘클로이드’와 삼성 ‘홈 컴패니언’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침투한 공간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공간인 ‘집’이다. LG전자가 야심 차게 공개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는 이번 전시의 최고 스타 중 하나다. 이번 클로이드 공개는 LG전자 가전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클로이드는 출근 준비로 바쁜 거주자를 대신해 전날 짜놓은 식사 계획에 따라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으며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차 키와 프리젠테이션용 리모컨 등 일정에 맞춰 준비물도 챙겨 전달한다. 거주자가 출근한 후에는 세탁물 바구니에서 세탁물을 꺼내 세탁기에 넣고, 세탁이 완료된 수건은 개켜 정리한다. 청소로봇이 작동하면 청소 동선에 있는 장애물도 치워 빈틈없이 청소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홈트레이닝할 때 아령을 드는 횟수를 카운트해주는 등 거주자와 소통하며 일상을 케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LG전자는 홈로봇을 비롯한 로봇 분야를 ‘명확한 미래’로 보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했다. 전사에 흩어져 있던 홈로봇 관련 역량을 결집해 차별화된 미래 기술 확보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가전 자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홈 컴패니언’ 전략을 내세웠다. 홈 컴패니언 전략의 핵심은 스마트 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다. 스마트싱스는 전 세계 4억3000만명 이상의 사용자와 4700여종의 연결 기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2026년형 삼성전자 AI 가전은 식생활, 의류 관리, 청소 등 집안일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고도화했다.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에는 가전 최초로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가 탑재돼 식품 인식 범위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식재료 관리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퀄컴 칩셋과 듀얼 카메라 기반 3D 장애물 센서를 통해 가구뿐 아니라 투명한 액체까지 인식한다.
차세대 로봇 공개한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은 CES 2026에 참가해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선도할 핵심 제품 및 연계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CES 2026에서 최초로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그동안 쌓아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적 학습 능력과 어느 작업 환경에서나 적용 가능한 유연성을 탑재해 실제 제조 현장에서의 효율성이 극대화된 모델이다.
개발형 모델은 56개의 자유도(DoF)를 갖춰 대부분의 관절이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를 탑재한 것뿐만 아니라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어 주변 감지가 용이하다. 또 최대 50kg(약 110파운드)의 무게를 들어 올릴 힘을 가지고 있고 2.3m(약 7.5피트)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 내구성이 뛰어나 -20℃에서 40℃의 극한 환경에서도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고 방수 기능을 갖춰 세척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자재 취급부터 정밀 조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으로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 이내에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즉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가 향후 가장 큰 피지컬 AI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대량 생산해 산업 현장에 대규모 투입이 가능한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각축전된 CES, 격투 로봇부터 헬스케어까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강자들도 각기 다른 형태의 피지컬 AI를 쏟아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세계 최초의 격투 및 무술 로봇 ‘G1’을 선보여 충격을 안겼다. 사람의 복잡한 움직임을 모방하고 물리적 타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술은 피지컬 AI의 운동 능력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줬다.
스웨덴 헥사곤의 ‘이온’은 공장 내에서 스스로 도구를 조작하고 부품을 핸들링하는 고도의 지능을 뽐냈고, 앱티브의 창고 자동화 로봇 ‘카터’는 주변 사람의 동선을 예측해 부딪히지 않고 협업하는 안전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로봇: 시각장애인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자율주행 로봇 ‘베디비어’와 시니어 전용 돌봄 로봇 ‘레미’는 기술이 가진 따뜻한 이면을 비췄다. 부산의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이 선보인 AI 촬영 로봇 ‘젠시 스튜디오’ 역시 무인 촬영 시스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모든 ‘움직이는 육체’의 뒤에는 강력한 ‘두뇌’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CES에 이어 올해도 '피지컬 AI'를 화두로 제시하며 물리적 AI를 시뮬레이션하고 학습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있는 '옴니버스' 플랫폼과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 로보틱스 모델 '그루트'와 '알파마요' 등을 소개했다. 이에 맞서 AMD는 리사 수 CEO가 직접 고성능 AI 가속기를 공개하며, 개방형 생태계와 압도적인 연산 효율을 무기로 엔비디아의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ES 2026은 이제 AI가 구름 위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발로 뛰는 존재가 됐음을 공표했다. ‘혁신가의 등장’이라는 주제처럼, 이제 기술은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 최고의 가전 제조 기술과 모빌리티 역량, 여기에 접목된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은 ‘K-테크’를 글로벌 AI 전쟁의 가장 강력한 승부수로 만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로봇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시작된 피지컬 AI 혁명의 미래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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