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국 다녀간 李 대통령, 한한령 해제 꼽은 이유는 [특파원 리포트]
- 李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한·중 관계 전면 복원 원년”
구체적 실익 많지 않아, 화두인 한한령 언급 주요 성과로
경제 협력·지역 안보 등 현안 산적, 고위급 소통해 풀어야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 특파원]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한한령(한국 콘텐츠 제한령) 완화와 관련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간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여기에서 한한령을 언급한 것은 방중 성과를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 해제는 한국과 중국이 접촉할 때마다 언급되는 중요 이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가 불거진 2017년 이후 한국의 영화·드라마·공연 등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계는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중국이 언제쯤 다시 관련 시장을 열어줄지에 이목이 쏠린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한한령 해제는 ‘점진적·단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국 내부의 시선이다. 그런데 왜 이 대통령은 한한령을 언급했고, 왜 당장 해제되기엔 어려운 것일까.
◇두달만에 재회한 한중 정상, 시간이 부족했다
이 대통령의 방중 소식이 돌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무렵부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찾아 지난해 11월 1일 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중국 방문을 요청해 올해 방문은 기정사실이었다.
한중 정상회담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중국은 3월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연초엔 대규모 행사를 잡지 않는 게 관례다. 4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고됐기에 이 대통령의 방문은 그 이후로 예상됐다.
그런데 빠르면 연초에 이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정보가 나왔고 이후 대통령실과 중국 외교부 발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의 연초 첫 방문지가 중국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1월 국빈 방문이 확정된 후 중국 내에선 ‘VIP’ 모시기에 혈안이 됐지만 공통으로 우려하던 사안이 있었다. 한중이 두 달여만에 다시 만나는데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였다.
지난 5일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산업·환경·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국민이 직접 체감할 만한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했던 게 안팎의 시선이다.
이 대통령이 꺼내든 주요 성과 중 하나는 ‘한한령 해제’다. 중국이 한한령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직접 논의할 수는 없지만 문화 교류의 진전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별도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바둑·축구 분야 교류를 우선 추진하고 드라마·영화 등은 실무 부서 간 협의로 진전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실체 없는 한한령 해제, 과도한 해석 지양해야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에선 한한령 해제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은 없다고 말해왔다”는 이 대통령 표현처럼 일단 중국 내에서 한한령의 실체가 없다는 이유가 첫 번째다.
중국은 사실상 한국 문화를 제한하면서도 이를 공식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영화·드라마를 개봉·상영하거나 공연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당국이 이를 허가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어떤 기준이 있다면 맞추면 되는데 그 기준이 없으니 답답한 상황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중국에 없는 기준을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양국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한국의 문화가 중국으로 대거 유입되긴 쉽지 않다. 중국은 문화 분야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자국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해외 문화의 파급력을 의식한 결과다.
영화의 경우 외국 개봉작은 편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공식 방송을 통해 해외 드라마나 예능 같은 콘텐츠가 바로 방영되는 경우가 드물다. 홍콩·마카오와 달리 K팝 아이돌이 아니어도 해외 유명 가수가 중국에서 대규모 공연하는 경우 또한 많지 않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시 주석이 한한령을 의식해 “석 자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나,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문화가 제한된 상황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일순간에 해소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도 “무한대로 (문화 개방)할 수 없는 게 사회주의 체제의 속성이기에 완전히 방치할 수도 없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한령이 존재하지 않았듯 중국에서 어느 순간 차츰 한국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허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드라마 한 편이 중국에서 방영됐다고 ‘전격적인 한한령 해제’라고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재명 “매년 시진핑 만날 것”…문제 해결 의지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시선은 이제 한한령이 아닌 남은 숙제에 쏠린다. 양국 관계가 ‘전면 회복의 원년’이라고 이 대통령은 평가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코로나19 사태, 미국과 패권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은 첨단기술 자립화에 역점을 뒀고, 최근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때 중국은 한국이 완제품을 수출하던 국가였으나 이제는 함께 기술 경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에 양국이 기술 협력 등 MOU를 체결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질 협력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한다.
베이징 내 근무하는 과학기술 관계자는 “한국이 단순히 중국에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고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서로 블루 오션을 창출하기 위한 근원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해 구조물과 핵 추진 잠수함(핵잠) 등 지역 안보도 난제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 추진을 두고 외교부나 관영지를 통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중국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하지만 실제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지역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 측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이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등을 전제한 한국과 대화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시 주석과 매년 만나겠다며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중국과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앞으로 지속되는 고위급 교류를 통해 우리가 얻을 성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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