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소형 항공사 실패 이후 다시 나온 도전
80석 시대 첫 시험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소형 항공사 ‘섬에어’가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설립 취지는 ‘교통 소외 지역’ 해소에 있다. 멀고 불편한 섬을 항공으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청사진은 직관적으로 매력적이지만 관건은 ‘수요’다. 업계 안팎에서는 섬에어의 행보를 응원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사업이 이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소형 항공사 실패의 메커니즘
섬에어는 최근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에서 1호기 도입식을 열었다. 2022년 11월 설립된 신생 소형 항공사 섬에어가 첫 항공기를 공식 공개하며 본격적인 운항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관광 외에 긴급 의료 상황에서 역할도 기대된다. 최용덕 섬에어 대표는 “울릉도의 경우 아예 병원이 없어 지역 의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울릉공항이 문을 열면 수도권과 영남권 공항을 1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다. 현재는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쾌속선을 타도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따른다. 과거에도 지역·소형 항공사들은 섬에어와 유사한 꿈을 꿨다가 중도에 날개가 꺾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에어 ▲에어포항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코익) ▲에어필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이에어는 2017년 12월 22일 설립됐다. 2018년 12월 소형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뒤, 2019년 1호기와 2호기를 도입하며 국내선(서울~울산)에 취항했다. 2022년 7월 기준으로는 서울·울산·사천·제주·무안 등 국내선 5개 도시에 취항하며 노선을 확대했다.
2022년에도 영업비용이 193억9700만원으로 늘면서 적자는 지속됐다. 영업손실은 76억2400만원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당기순손실은 100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폭을 줄였음에도, 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순손실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하이에어는 그나마 오래 운영된 소형 항공사다. 2020년 한 해에만 ▲에어포항 ▲에어필립 ▲코익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들 항공사 역시 하이에어와 마찬가지로 여객 수요 부족에 따른 영업손실을 견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의 수익 구조는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좌석을 얼마나 자주, 꾸준히 채우느냐가 핵심”이라며 “소형 항공사는 ‘자주’가 어렵다. 보유 기재가 1~3대 수준이면 정비에 한 번만 들어가도 편성이 무너진다. 편수가 줄면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섬에어의 무기는
업계는 섬에어가 과거 다른 소형 항공사들과 다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제도 변화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형항공운송사업은 법령상 승객 좌석 수 50석 이하 항공기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소형’ 항공 사업이다 보니 기재 규모 자체가 50석급에 묶여 있었던 셈이다.
50석을 초과하는 기재를 운용하려면 일반 국내선 항공운송사업 영역으로 넘어가 보다 높은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기준은 2024년 6월 변경됐다. 국토교통부는 소형항공운송사업의 좌석 제한을 기존 50석에서 최대 80석으로 완화했다.
섬에어 1호기는 72석이다. 제도 변화를 통해 과거 소형 항공사들보다 한층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울릉공항이라는 신규 인프라의 신설도 섬에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울릉공항은 바다를 매립해 조성되는 소형 공항으로, 활주로는 길이 1200m, 폭 36m 규모로 계획돼 있다. 설계 단계부터 ATR72급(약 80인승) 터보프롭 항공기의 이착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활주로가 짧고 섬 특유의 강풍·강수 등 기상 변수가 큰 만큼, 대형 항공사들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제트기는 이착륙이 사실상 제한된다. 이 지점에서 섬에어의 1호기 ATR 72-500이 강점을 드러낸다.
ATR 72-500은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 운항을 염두에 둔 터보프롭 기종이다. 소형 공항에 최적화된 기재인 만큼, 울릉공항은 섬에어에 가장 적합한 공항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울릉도 항공권 가격을 KTX와 여객선 요금을 종합해 책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소형 항공사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울릉공항 개항과 섬에어의 동시 출범이라는 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노선’이자 도서 지역 맞춤형 항공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다만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수요”라고 말했다.
이어 “울릉도는 상용 수요보다는 관광 수요 중심일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울릉도를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울릉도 지역 이미지와 관련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초기 수요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가격 측면에서는 기존 페리 수요를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그 흡수가 일회성 호기심에 그칠지, 지속 수요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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