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곽준석 JTBC 편성전략실장이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JTBC 단독중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JTBC가 단독 중계하면서 ‘흥행 참패’ 수준의 저조한 시청률과 국민적 무관심 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JTBC가 생중계한 개회식(7일)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1.8%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시청률 9.9%(KBS1)와 비교해 5~6배 낮고, 같은 날 개막식을 중계한 SBS(4.1%), MBC(4.0%) 기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기 중계도 흐름은 비슷하다. 9일 한국-노르웨이 컬링 믹스더블 경기는 3.2%, 같은 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중계는 1.7%에 그쳤다.
문제는 한국 선수단이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주목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김상겸이 은메달로 첫 메달을 따냈고, 고교생 스노보더 유승은도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올림픽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이 다수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에는 ‘동계올림픽 시작했는데 아무도 모르는 이유’라는 글이 확산했고, JTBC 단독 중계뿐 아니라 유튜브에 경기 클립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네이버에서 ‘동계올림픽’을 검색하면 ‘동계올림픽 무관심’이 연관어로 뜰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 시상식에서 김상겸이 은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은 중계권 구조 변화다. 그동안 올림픽 중계권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코리아 풀’을 구성해 공동 구매해왔다. 이는 중계권료 과열을 막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협의체였다. 그러나 JTBC는 코리아 풀을 거치지 않고 IOC와 직접 협상해 이번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게 됐다. JTBC가 IOC에 지불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방송가에서는 최소 5000억원대, 최대 7000억원대로 추산한다. JTBC는 확보한 판권을 지상파에 재판매하려 했으나, 광고 시장 위축 등으로 방송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상파가 고액 부담을 이유로 협상을 포기하며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비판도 거세졌다. 한국방송협회는 JTBC의 독점 중계를 두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하고 막대한 국부 유출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방송가에서는 “공동 중계를 통해 시청권을 보장하고 해설·캐스터 차별화로 건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누구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JTBC 역시 올림픽 중계로 인해 자사 예능을 대거 결방하면서 채널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혼자는 못해’, ‘톡파원 25시’ 등이 줄줄이 결방했고, 야구 레전드 이종범을 섭외해 새롭게 출발한 ‘최강야구’는 올림픽 기간 방영됐지만 시청률 1.2%에 머물렀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유승은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과 규제기관도 움직이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1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동계올림픽에서 시청권이 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방송사 간 중계권 협상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상 협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JTBC가 요구하는 금액과 지상파가 내고자 하는 금액의 차이가 갈등의 본질이라고도 언급했다. 또한 지상파만 시청할 수 있는 일부 가구는 올림픽과 같은 주요 스포츠 이벤트에 구조적으로 접근이 막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청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올림픽은 ‘독점 중계’가 흥행과 공공성을 모두 흔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 속에, 향후 올림픽·월드컵 같은 국민적 이벤트의 중계권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김선영이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라운드로빈 경기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출전하는 최민정 등 대표팀 선수들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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