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알아서 척척’…AI가 고민까지 대신 해주는 시대가 왔다
- ‘무엇을 질문할까’ 고민하던 프롬프트 시대 저물고 ‘맥락’ 읽는 에이전트 시대 도래
삼성 갤럭시 S26·네이버 쇼핑 AI 등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시스템 확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직장인 A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향해 짧은 한숨 섞인 혼잣말을 내뱉는다. “오늘 정말 하얗게 불태웠어, 너무 피곤하다.” 과거의 스마트폰이라면 검색창에 ‘피로 회복에 좋은 음식’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나열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에이전트는 A씨의 목소리 톤과 평소 퇴근 패턴, 위치 정보를 종합해 즉각 “집까지 택시를 호출할까요? 거실 온도는 24도로 맞췄고 저녁은 평소 즐기시던 단백질 위주의 샐러드를 추천합니다”라고 제안한다. 이는 가상의 사례지만 곧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이기도 하다.
‘챗봇’ 껍질 벗고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질문에 답을 하던 ‘수동적 조력자’에서 사용자의 목표를 대신 수행하는 ‘능동적 대리인’(Agent)으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거대언어모델(LLM)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최선의 답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시대를 지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 실행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API)를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궤도에 올랐다.
AI 에이전트란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작업을 완수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AI가 뇌(지능)를 갖춘 것을 넘어 손과 발(실행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는 하드웨어와 AI의 결합이 있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3세대 AI폰 ‘갤럭시 S26’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5가 ▲실시간 통번역 ▲텍스트 요약 ▲서클 투 서치 등 사용자의 명확한 지시에 따른 기능 수행에 집중했다면 갤럭시 S26은 ‘맥락’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에게 택시 예약을 요청하면 사용자 대신 자동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사용자는 확인 버튼만 누르면 택시 호출이 마무리된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AI가 사용자의 맥락을 먼저 이해해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도움을 제공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경험을 선보인다.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나우 넛지’(Now Nudge) 기능은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제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메신저를 통해 친구가 최근 여행한 사진을 요청하는 경우에 갤럭시 AI가 둥근 모서리를 가진 ‘넛지’ 형태의 팝업 아이콘을 통해 관련된 사진을 바로 확인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화면에 제안해준다. 사용자는 더 이상 여러 앱을 오가면서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다.
아울러 “2월 26일 오전 9시 회의 괜찮으세요?”라는 메세지를 받았을 때도 갤럭시 AI가 캘린더에서 일정을 확인해 기존 일정과 중복되는 내용을 ‘넛지’ 형태로 보여준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브리핑을 제공하는 ‘나우 브리프’(Now Brief) 기능도 한층 더 향상됐다. 사용자의 일정에 기반해서 잊고 있던 일정까지 리마인드 해준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서클 투 서치 기능은 사용자가 그린 원 안에 담긴 여러 요소를 한 번에 인식해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가령 사용자가 자신이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에 포함된 아이템을 알고 싶을 때 원을 그려 검색하면 여러 번 검색할 필요 없이 사진 속의 상의, 하의 정보까지 한번에 알려준다.
노태문 삼성전자 DM부문 사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AI의 유용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모바일 경험을 발전시켜 왔다”며 “갤럭시 S26 시리즈는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졸업 선물 추천부터 결제까지’ 쇼핑에 도입된 AI 에이전트
검색 시장의 강자 네이버 역시 AI 에이전트를 통한 커머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쇼핑 AI 에이전트’는 검색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네이버는 최근 AI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번 ‘쇼핑 AI 에이전트’ 1.0 버전은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정보 요약과 비교, 리뷰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쇼핑 탐색을 지원하는데 집중한다.
먼저 스토어 앱에서 쇼핑 키워드를 입력하면 쇼핑 AI 에이전트가 작동해 ▲쇼핑탐색 가이드를 제시하거나 ▲AI에게 물어보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소파’를 찾으면 AI 에이전트가 개인화 쇼핑 이력을 분석해 ▲사용 인원 ▲공간 크기 ▲소재에 따른 다양한 구매 팁을 요약하고 적합한 브랜드를 소개한다.
더 자세한 탐색이 필요하다면 AI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통해 쇼핑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신혼집 소파 추천해줘, 강아지와 같이 살고 있어.”와 같이 구체적인 쇼핑 목적을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상품 스펙과 구매 후기를 분석해 여러 상품군을 탐색하고 최적화된 상품을 제안한다.
이번 베타 1.0 버전에서는 디지털·리빙·생활 카테고리 등을 중심으로 쇼핑 AI 에이전트 기능을 제공하며 상반기 내 뷰티·식품 등으로 적용 카테고리를 빠르게 넓혀갈 계획이다. 또한 네이버는 향후 쇼핑 AI 에이전트가 쇼핑 여정 전반을 오퍼레이션 할 수 있도록 ▲실시간 쇼핑 트렌드 분석 ▲연관상품 자동 추천 ▲장바구니 담기 등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네이버 쇼핑 AI 에이전트는 상품 탐색부터 비교, 추천에 이르는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각 과정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서브 에이전트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서브 에이전트들은 멀티 에이전트로 구축돼 있고 자사 모델과 외부 모델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쇼핑 생태계에 축적된 ▲가격 ▲배송 정보 ▲상품 속성 및 사용자 선호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커머스 특화 LLM ‘쇼핑 인텔리전스’를 자체 기술력으로 확보해 서비스 운영 효율성과 수행력을 동시에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결제하고 예약을 수행하는 만큼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AI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AI의 ‘환각 현상’이 실행 단계에서 발생할 경우 생기는 책임 소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령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원치 않는 상품을 결제하거나 예약을 잡았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는지 개발사에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의 진화는 인류에게 ‘시간의 자유’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검색과 행정 절차를 AI에게 맡김으로써,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질문할까’를 고민하던 프롬프트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만 전달하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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