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원인은 삼전·닉스” 반도체 양강 쏠림에 충격 컸던 코스피
- [민낯 드러낸 코스피] ②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총 비중, 코스피의 40.1%
지수 급등락 좌우하며 외부 리스크에 취약해져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중동 전쟁 이후 발생한 코스피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지나치게 쏠린 시장 구조로 인해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폭락 여파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코스피에서 연이어 발동한 것도 두 종목의 급락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 증시의 ‘편식 구조’로 인한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나면서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는 시장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은 화요일·월요일’…반도체가 변수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들어와 코스피는 하루 사이 10% 가까이 급등하거나 폭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3월 3일 이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코스피 변동률을 보면 ▲3일 -7.24% ▲4일 -12.06% ▲5일 9.63% ▲6일 0.02% ▲9일 -5.96% ▲10일 5.35% ▲11일 1.40% ▲12일 0.48%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검은 화요일’(4일)과 ‘검은 월요일’(9일)을 기록했던 같은 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를 넘는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같은 달 4일과 10일에는 코스피가 장중 8% 가까이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최근 수년간 보기 드문 급락 장면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더 빈번하게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셈이다.
다른 나라보다 심한 등락을 보인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변동의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올해 초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기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전망에 힘입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대표 종목이다. 하지만 반도체 대형주가 하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지수 급락의 ‘뇌관’이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내자 지수가 버틸 힘을 잃고 급격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던 당시 삼성전자는 10%, SK하이닉스는 11% 급락했다. 두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이들 주가가 흔들리자 코스피 전체가 크게 출렁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쏠림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12일 기준 KRX 반도체 지수의 시가총액은 1882조789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4698조999억원)의 약 40.1%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종 안에서도 특정 기업에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775조1132억원으로 반도체 지수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기업 시총의 코스피 내 비중은 37.8%까지 올라갔고,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을 당시에는 40%에 육박했다. 이 같은 집중도는 미국 증시의 대표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7(M7)’의 영향력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S&P500 지수 내 M7 비중이 약 3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는 두 기업의 하락이 증시 전체에 하락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다른 업종 지수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다른 나라의 주요 지수보다 외부 변수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나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국내 증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 수출 실적이 좋을 때는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지만, 반대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거나 업황이 둔화될 경우 지수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증시 양극화가 낙폭 키워”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외에도 방위산업, 바이오, 로봇,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해야 지수의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산업이 아닌 여러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지수를 함께 이끄는 구조가 형성돼야 코스피의 체질도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우리 경제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만으로 지금 주가 지수의 과한 변동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지금 우리 주식시장에서 소수 종목에 과하게 집중되어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 또는 쏠림에 의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종목이 전체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미국 S&P500에서 가장 큰 두 종목의 비중이 10%대 초반이라는 점이 두 지수의 변동성 차이를 설명하는 주요 근거”라며 “경기 변곡점을 맞이해 하락할 때 고르게 성장이 이루어졌던 시기와 비교해 보면 경기 낙폭이 더 가파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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