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韓 망하지 않는 한 전액 보호”...우체국, ‘복지 거점’으로 부상
- [우체국의 재조명]②
‘만원의 행복’부터 ‘산모’ 지원까지…민간 금융 사각지대 보완
집배원이 독거노인 고독사 막는 파수꾼 역할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지방의 금융 소외 문제를 막는 방파제로 기대를 모으는 우체국은 알뜰폰부터 보험 상품 판매까지 시니어의 생활에 밀착해 성장하는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편 사업으로 손실을 보는 ‘덩치만 큰 조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초고령사회로의 변화 속에 공공 영역에서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보험이다. 우체국이 운영하는 보험 중 민간 보험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거나, 공익적 성격이 강한 상품들이 있다. 우체국 ‘대한민국 엄마보험’은 고용노동부와 우정사업본부가 함께 추진하는 무료 공익 보험이다. 임신부와 태아를 동시에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임신 기간부터 출산 이후까지 기본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임신 22주 이내의 임신부(만 17~45세)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태아도 보험 대상에 포함된다. 임신부 특약은 이미 다른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 건강 상태나 병력에 대한 별도의 심사 없이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비교적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부에게는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질환에 대해 진단비가 지급된다. 임신중독증·임신성 고혈압·임신성 당뇨병 등이 진단되면 해당 질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의 보험금이 한 번 지급된다. 큰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원의 행복 보험’은 말 그대로 1만원만 내면 상해를 보장해 주는 공익 보험이다. 사고(재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상황에서 유족 위로금·재해 입원비·재해 수술비 등을 정액에 따라 지원한다. 만기 시 1만원을 그대로 돌려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실제 보험료는 이보다 훨씬 비싸지만, 1만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보험료 전액을 국가가 대신 납부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공익 보험인 만큼 지원 자격이 제한된다. 만 15세~65세의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만 가입할 수 있다.
‘무배당 어깨동무보험’은 민간 보험 시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우체국 전용 공익 보험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절당했던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실질적인 건강 관리와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1종(생활보장형)은 생존 시 매 2년마다 건강진단자금을 지급해 기초 생활을 돕고, 2종(암보장형)은 암 진단 시 최대 1000만원(소액암 300만원)의 고액 진단비를 지급한다. 특히 저소득 중증 장애인에게는 우체국이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는 무상 가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3종(상해보장형)은 사고로 인한 수술·골절·입원비를 정액으로 보장해 일상 속 위험에 대비하게 한다.
독거노인의 통신비 요금 지원 사업도 우체국이 담당한다. 정부는 월 1만원대 알뜰폰(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MVNO) 요금제를 절반 수준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통신 사업자, 우체국이 함께하는 ‘독거 어르신 대상 알뜰폰 요금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령화 시대에 디지털 소외 계층인 독거 어르신의 통신 접근성을 강화하고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사업을 검토했다. 각 지자체 기준에 따라 지원 대상 노인이 선정되면 대상자에게는 데이터 안심 옵션(QoS)이 포함된 월 1만원 내외의 요금제가 실제 5000~6000원 수준의 부담으로 2년간 제공될 예정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당 사업에 대해 “통신 기본권 보장이라는 새 정부 통신 공약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촘촘한 정책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통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체국에서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국가 기관으로 일반 기업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운영 방식 면에서 수익을 내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정부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정부가 직접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일반 시중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기관당 1인당 최고 1억원까지만 보호받지만, 우체국은 법률에 근거해 금액에 제한 없이 전액 보호해준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우체국 예금이나 보험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전국 2500여개의 우체국 지점을 통해 대면으로 해당 서비스를 펼친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 조작에 서툰 고령층에게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와 모바일 앱(App)이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우체국이 디지털 소외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 앞까지 찾아가는 복지…‘복지 등기’로 고독사 막는다
우체국의 역할은 건물 안 창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국 구석구석 연결된 집배원 네트워크는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사회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시행 중인 ‘복지 등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전·단수 가구나 위기 징후가 포착된 독거노인 가구에 집배원이 직접 등기 우편물을 배달하며 거주자의 생활 실태를 확인하는 제도다. 만약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나빠 보이거나 생활고의 정황이 발견되면, 집배원은 즉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이를 통해 신속한 긴급 지원이 이뤄지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강원 평창군은 지난 2월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고독사 위험군 집중 발굴 및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우체국과 협력해 복지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며 위기 상황을 살피는 ‘복지 등기 서비스’와 생필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안부 살핌 우편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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