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도입 시급하다”…韓 국민 10명 중 7명 ‘청소년 SNS 금지’ 찬성 [전 세계 몰아친 10대 디지털 셧다운, 한국의 선택은]①
- 청소년 46.7% “SNS 이용 조절 어려워”
“중독·범죄 예방 기대”vs“부작용 우려”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법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과 유해 콘텐츠 노출, 온라인 범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에서도 청소년의 SNS 접근을 제한하는 규제 도입이 잇따르며 관련 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과 만 20∼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1%가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접속을 차단하는 청소년 SNS 금지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6.9%였다.
찬성 이유로는 ‘사이버 불링(괴롭힘)·유해 콘텐츠 노출 등 범죄 예방 차원’이라는 응답이 5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마트폰 중독 완화 및 정신건강 증진(32.6%) ▲대면 소통 활성화(7.7%) ▲학업 집중도 향상(7.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실제 부모들 사이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안모씨(43)는 “자녀의 SNS 중독이 가장 우려된다”며 “아이가 스마트폰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친구들과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딸을 키우는 최모씨(48) 역시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에 찬성한다”면서 “구글의 자녀 보호 기능인 패밀리링크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앱) 접근 권한이나 사용 시간 등을 부모가 개별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거나 정보가 없는 사람은 이용이 어려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씨는 “아이들이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거나 긴 영상에 집중하는 걸 힘들어한다”며 “친구를 만나도 함께 숏폼 콘텐츠를 보는 등 놀이 문화 자체가 SNS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호주 이어 인도네시아도…규제 본격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무티아 하피드 인도네시아 통신디지털부 장관은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엑스(X·옛 트위터) 등 ‘고위험 디지털 플랫폼’에서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을 금지하는 정부 규정에 서명했다. 금지 조치는 오는 3월 28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청소년의 SNS 접근을 제한하기로 한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호주에 이어 두 번째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0일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에서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 등록과 접속을 전면 금지하는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개정안에 따라 나이 확인과 차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은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517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470만개의 청소년 SNS 계정이 차단됐다. 호주는 지난 3월 9일부터 ▲웹사이트 ▲검색 엔진 ▲앱스토어 ▲게임 ▲인공지능(AI) 챗봇 등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서 음란물 등 부적절한 콘텐츠에 18세 미만 청소년이 접속하지 못하도록 연령 제한을 확대했다.
각국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청소년 SNS 이용 금지 규제를 시행하거나 추진 중인 국가는 호주, 말레이시아, 영국, 프랑스, 체코 등 10여개국이 넘는다.
“전면 금지 능사 아냐…교육·시스템 구축 등 필요”
세계 각국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범죄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은 9~10세 아동 약 1만2000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평균 SNS 사용 시간이 7분에서 73분으로 늘어나면서 우울 증상도 35%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늘었다. 청소년 2명 가운데 1명(46.7%)은 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한 범죄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피해 가운데 약 81%가 온라인에서 발생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 피해자 1187명 가운데 960명이 채팅 앱(501명)과 SNS(459명)를 통해 범죄에 노출됐다.
실제 사례는 넘쳐난다. 최근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는 20대 남성이 중학생 4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범행 뒤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건물 창문에서 투신해 숨졌다. SNS가 연결고리였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학생들 가운데 여학생 2명은 SNS 대화방을 통해 가해자를 알게 돼 이전에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한 여학생이 가해자를 모텔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친구와 함께 갔다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상황이 심상치 않자 동행한 친구가 남학생 2명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들도 현장에 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10대 청소년이 SNS를 통해 자살을 생중계해 논란이 됐다. SNS 플랫폼에는 자살 방법이나 자해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도 적지 않다. 또 지난 2025년 1월에는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에서 10대 청소년 100여명을 포함해 남녀 200여명을 성 착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국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의 SNS 이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요 업무로 추진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금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32)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SNS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부모 이름으로 계정을 만드는 등 연령 제한을 우회하거나 관리가 어려운 음성적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도 “SNS 금지 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올해 1월 호주 정부가 청소년의 SNS 접속을 차단한 뒤 일부 청소년들이 가짜 생년월일로 계정을 만들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 연구위원은 “청소년 SNS 규제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규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 교육을 강화하고 예방과 대응을 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청소년이 건강하게 SNS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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