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차미선 메디팹 대표 “돈? 100년 기업이 목표…‘키토산’으로 재생의료 플랫폼까지”
- 뷰티부터 치료제 임상 활용하는 재생의료 플랫폼
2027년 상장 정조준…‘반짝 흥행’ 대신 R&D·임상 증명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이따금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가 왜 메디팹을 창업했지? 돈 때문이었나’ 라고요.”
차미선 메디팹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K-바이오 업계는 ‘떴다’ 싶으면 지분을 팔라며 접근하는 투자자들의 유혹이 넘치는 곳이다. 임상이나 기업공개(IPO) 등 피곤한 과정을 거치기보다 가치를 부풀려 ‘엑시트’하려는 창업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재생 의료 소재 기업 메디팹을 이끄는 차 대표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럴 때마다 제 대답은 늘 같아요. ‘아니, 나는 100년 이상 지속될 재생 의료 소재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 창업했어. 내 주머니 불리는 건 우선순위가 아니야.’”
차 대표는 부산대학교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에서 포스트닥터(Postdoc)와 연구교수를 지냈다. 키토산과 바이오 소재 연구에 몰두해 온 그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기술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메디팹을 창업했다. 100년 기업을 지향하는 배경에도 이런 연구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메디팹은 바이오 헬스케어 업계에서 독보적인 원료 기반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재생 의료 소재 기업이다. 항염·항균·조직재생 성분을 지닌 키토산을 중심으로 재생 의료 소재 플랫폼을 구축하며 기업 가치도 빠르게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차 대표를 만나 치료제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가는 회사의 전략을 들었다.
메디팹의 힘
잘되는 기업일수록 남들이 쉽게 갖추기 어려운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팹 역시 후발 주자가 따라오기 힘든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재생 의료 플랫폼의 핵심인 ▲키토젠 ▲리퀴드 투 젤 ▲리젠트릭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들의 기반이 되는 키토산은 주로 게 껍데기에서 추출되는 성분으로 항염·항균·조직재생 효과가 뛰어나다. 오래전부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용돼 온 이유다. 그러나 낮은 수용성과 가공의 어려움, 생체적용을 위한 안정성 문제 등으로 높은 기술장벽이 존재해왔다.
차 대표는 연구 끝에 키토산을 의료 소재로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주사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용성 키토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체내에서 액체가 젤로 전환되는 리퀴드 투 젤을 개발했습니다"고 말했다.
메디팹이 세계 최초 개발한 리젠트릭스는 수용성 탈세포 소재 기술이다. 물질이 임계점 이상에 도달하면 탈세포 소재를 액상화하는 ‘초임계 이산화탄소 공정’을 통해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물질과 세포성분을 제거하면서도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피부조직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은 보존한다.
차 대표는 “리젠트릭스에 키토젠을 결합한 것이 ‘키토제닉스’라는 치료제입니다. 피부에 투입되면 세포 메커니즘을 통해 줄기세포를 자극해 활성화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연구진이 메디팹 스킨부스터 제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재생 의료 소재를 다루는 메디팹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맞춰 여러 카테고리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메디팹은 하나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미용·코스메틱·에스테틱·치료제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재생 의료 소재 플랫폼을 바탕으로 ‘토털 안티에이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가 스킨케어 브랜드 ‘레스노베’다. 레스노베는 ▲홈케어 디바이스 ▲더마 코스메틱 ▲전문가용 스킨부스터까지 제품군을 갖췄다. 최근 K-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피부 관리 기기 ‘코어 임팩트’와 두피 디바이스 ‘하이퍼샷’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도포형 부스터 ‘레스노베 크리스탈’은 국내 수백 개 클리닉에 도입됐으며 동국제약과 총판 계약도 체결했다. 대기업이 유통을 맡을 만큼 기술력과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차 대표는 “키토산 기반 플랫폼 소재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리젠트릭스는 메디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키토산은 기술장벽이 높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원료 공급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고 자부했다.
차미선 매디팹 대표가 11일 서울 금천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2026.02.11/
영리한 경영과 묵직한 소명
메디팹의 또 다른 특징은 피부과 시장의 블루오션이던 1020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공략했다는 점이다. 기존 미용 부스터가 주로 항노화를 중심으로 30~50세대를 겨냥했던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메디팹은 충성도가 높은 30~50세대는 물론 여드름 고민이 많은 젠지 세대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항균·항염 성분을 강화한 ‘레스노베 크리스탈 플러스’는 피부 도포 후 24시간 내 여드름균을 8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세웠다. 실제로 전국 주요 피부과의 여드름 패키지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차 대표는 “1020세대는 여드름이나 화농성 피부염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관리가 잘못되면 흉터가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콤플렉스가 되기 쉽습니다”며 “키토산은 피부 노화와 염증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리젠트릭스 기술로 지속 효과까지 높였습니다”고 설명했다.
메디팹은 2027년 말 또는 2028년 초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 차 대표는 “임상 성과와 글로벌 수출 실적이 뒷받침된 뒤 정당한 가치로 상장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홈쇼핑과 피부과에서 성공한 레스노베 수익을 치료제 개발 R&D에 투자하는 이유다.
세상은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 리더에게 종종 더 큰 시련을 던진다. ‘지금 가는 길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차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저는 지금까지 여성이 아니라 그냥 과학자로 살아온 것 같아요. 밤새 연구하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괴롭죠.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실험실로 향하게 됩니다. 그 1%의 즐거움이 남은 99%의 괴로움을 상쇄하기 때문에 제가 지금 여기 서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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