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변한 게 없는데요?”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은행권 4.9일제 실효성은
- [금융권 4.9일제]①
창구 운영·업무 방식 변화 아직 미미
“노사 함께 실효성 모니터링 필요” 조언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은행권이 도입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두고 현장에서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업무 방식이나 영업점 운영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제도는 시행됐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은행 ‘4.9일제’ 시행…현장 체감은 미지수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기존보다 1시간 이른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2월 27일부터 해당 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한 뒤 3월 6일 정식 도입했다.
이번 제도는 정부의 실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맞춰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육아와 돌봄 등 가정생활과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주 4.9일제는 기존 주 5일 근무 체계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근무시간만 1시간 줄이는 방식이다. 근무 일수는 그대로지만 주간 노동시간을 소폭 단축하는 절충형 모델로 평가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는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일환”이라며 “고객에 대한 피해는 없는 상태에서 1시간 조기 퇴근제도를 정착 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무시간이 단축됐지만 고객이 이용하는 창구 서비스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영업점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여섯시은행(9To6 Bank)과 인천국제공항지점 등 영업시간이 별도로 정해진 특화점포 역시 기존 영업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업점이 아닌 KB국민은행 본점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후문이다.
KB국민은행 한 직원은 “금요일 오후 5시 직원들에게 퇴근 알림이 발송되긴 하지만, 업무 상황에 따라 5시에 퇴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면서 “영업점에서는 금요일 오후 4시 마지막 고객을 받고 업무를 처리하면 5시가 훌쩍 넘는 경우도 허다해 영업점 발권 시간을 줄이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4.5일제 전초 단계…노사 타협으로 나온 ‘4.9일제’
은행권의 ‘주 4.9일 근무제’ 도입은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주 4.5일제’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주 4.9일제는 근무시간을 일부 단축하는 방식으로 향후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전초 단계로 평가된다.
KB국민은행 외에도 다른 시중은행들도 근무시간 단축 제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주 4.9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일부 특수 점포를 제외한 일반 영업점을 대상으로 수요일과 금요일에 한해 영업점 창구 대기번호 발급 마감 시간을 기존 대비 30분 앞당긴 오후 3시30분으로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당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9월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3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파업 참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5대 은행 참여도 미미해 공감대 형성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금융노조는 산별 중앙교섭을 통해 ‘근무시간 1시간 단축’이라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은행권이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한 것은 주 5일제 이후 20여 년 만이다. 은행권은 과거에도 근무시간 제도 변화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금융권은 2002년 7월 산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했고 이후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2004년부터 전 산업으로 확대됐다.
다만 주 4.5일제 논의는 주 5일제 도입 당시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데다 은행 직원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별도의 임금 조정 없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 대해 여론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의 소장은 “은행권이 선도적으로 4.9일제를 시행한 만큼 고객 서비스나 내부 업무 변화 등에 대한 효과를 노사 공동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시간이 1시간 줄었을 때 실제 영업 손실이나 고객 서비스 영향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은행이 데이터를 공개해야 연구자와 학계에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며 “노사 실무협의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소장은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은 과거의 ‘PC-OFF(오프) 제도’처럼 비교적 완화된 방식의 노동시간 단축 제도”라며 “근로자 체감도를 높이려면 주 4.5일제처럼 보다 강한 규범 형태의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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