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돈 없어도 싸구려 싫어…소비자 점점 더 똑똑해진다 [짠물소비에 뜨는 갓성비]①
- 경기 불황 장기화로 꽉 닫힌 지갑
합리적 소비 추구로 가성비 관심↑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실속형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단순한 저가 제품 구매를 지양하고 실효성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높은 제품을 선호하면서 관련 제품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는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불황 비껴간 가성비 소비
경기 불황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 지수(자동차 제외)는 전년보다 0.7% 감소했다. 지난 2022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흐름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불황형 소비’(필수·가성비 중심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가 있다. 다이소는 최고 가격이 5000원을 넘지 않지만 품질 검증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에서는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연 매출이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다이소는 기존 생활용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의류 등 다양한 카테고리 확장에 성공하며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은 바 있다.
다이소의 전략이 적중하면서 이를 벤치마킹(장점을 배우는 행위)하는 사례도 생겼다. 지난해 8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당시 최고 가격이 5000원을 넘지 않는 자체 브랜드 5K 프라이스를 론칭했다. 해당 브랜드의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5K 프라이스는 현재까지 230여종의 상품이 총 2000만개 이상 팔렸다. 이 같은 소비자 반응에 이마트는 지난 19일 판매 품목을 353종으로 늘렸다. 상품군도 신선식품 중심에서 가전·생활용품까지 확대했다.
패션업계에서도 가성비 중심의 제품이 인기다.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인 유니클로(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는 회계연도(전년 9월부터 당해 9월까지) 기준으로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조3523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2019 회계연도 1조3780억원)에 근접했다. 여기에 지난 가을·겨울 실적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무신사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40%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의 총거래액은 약 4700억원이다. 해당 기간 누적 방문객 수는 33개 매장 기준 2800만명에 달했다.
이랜드의 패션 사업도 호황이다. 대표 가성비 브랜드인 스파오의 지난해 전국 매장 수(키즈 포함)는 전년(150곳) 대비 20곳 늘었다. 같은 기간 스파오의 대표 가성비 상품군인 데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가성비 SPA 브랜드 NC베이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90% 늘었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 대응 지속
올해도 가성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전문 뉴스레터 ‘리테일톡’이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유통 및 소비재업계 종사자 425명(복수 응답)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7%는 가격 대비 성능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자의 26.9%는 올해 다이소·노브랜드 등 초저가·균일가 매장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분간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네트워크 확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성다이소는 올해 오프라인 중심의 다이소 점포 확대를 통한 전국 네트워크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고객 접점 강화를 위한 카테고리 확장도 지속할 계획이다.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제품군의 도입은 물론이고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패션 품목도 기존보다 더 확대할 예정이다.
무신사도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회사의 올해 목표는 국내에 50호점을 오픈하는 것이다. 이는 작년 말(33곳)과 비교해 점포 수를 17곳 더 늘리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기존에 접점이 없던 광주, 제주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실현할 경우 2800만명 수준인 오프라인 방문객 수가 최대 4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무신사 측은 기대한다.
이랜드는 올해 가성비 중심 패션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스파오의 점포 수를 올해 들어 181곳(3월 기준)까지 늘렸다. 이는 작년 말(170곳)과 비교해 11곳 늘어난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의 NC베이직은 기존 점포 개선에 힘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NC베이직 동수원점을 리뉴얼하며 SPA 본연의 모습을 한층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고물가·저성장 기조가 이어져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패턴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가처분 소득(가계 수입 중 소비·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소득)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면 소비자들은 더욱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더욱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일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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