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외국인도 놀랐다…개인이 방어한 코스피 ‘6000 고지’ 재도전
- [스마트 개미의 역습] ①
전쟁 충격 속 10조 순매수로 지수 방어
‘정보·자금·투자문화’까지 바꾼 스마트 개미 부상
개인, 하루 5조 순매수 ‘뉴노멀’ 장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전쟁 충격이 본격화된 이후인 3월 3일부터 17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10조56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1조7789억원을 순매도하며 자금을 회수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기관 역시 1214억원 순매도하며 사실상 개인이 ‘적극적 매수자’로 나서며 급락장을 지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의 매수 강도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개인의 일일 순매수 규모가 5조원을 넘긴 것은 올해 처음 나타났는데, 이런 사례가 다섯 차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의 하루 5조원 이상 순매수는 ▲2월 5일 7조6853억원 ▲2월 27일 5조7769억원 ▲3월 3일 5조358억원 ▲3월 9일 5조1306억원 ▲3월 23일 7조4676억원 등이다. 지난 2월 2일에는 4조8001억원을 사들이는 등 올해 들어 개인의 대규모 유동성 장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개인 5조원 매수가 국내 증시에 ‘뉴노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실제 지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코스피는 전쟁 직후인 3월 4일 장중 5059.45까지 밀렸지만 이후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3월 18일에는 5934.35까지 반등하며 불과 2주 만에 800포인트 가까이 회복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지수가 무너지지 않고 되돌림에 성공한 이유가 개인의 유동성 공급이었던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미 반발 매수’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는 상승장 후반에 진입해 손실을 보는 ‘추격 매수’의 주체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최소한 균형을 맞추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수단이 확산되며 투자 방식이 체계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투자 판단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단기 테마나 급등주 중심의 매매에서 벗어나 반도체·방산·로봇 등 실적 장세와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끄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개인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비롯해 방산·로봇 관련 종목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3월 26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 24조160억원 ▲SK하이닉스 9조9940억원 ▲현대차 7조7660억원 ▲현대글로비스 7340억원 ▲한국전력 683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의 순매수 상위 기업도 SK하이닉스(5조4680억원)와 삼성전자(4조3340억원)다.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면 금융투자 부문 순매수로 집계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호황 시장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ETF를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TIGER 반도체TOP10 ETF’ 시가총액은 8조3249억원으로, 국내 주식 테마형 ETF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 ETF는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4.8%, 29.6% 편입하고, 이들을 포함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해석자이자 주도자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변화에 개인 투자 견인
정책 환경 변화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법 시행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역시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져 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종합과세 대신 별도 세율이 적용됐다. 이런 변화로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매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여부를 따지는 ‘질적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말부터 개인의 매수 강도가 강화되면서 10조원가량 순매수했는데 개인의 유동성을 감안했을 때 25조원가량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돼 있다”며 “견고한 기업 펀더멘털과 풍부한 대기 자금은 향후 증시 방향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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