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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수성' 성공한 최윤범의 고려아연, 남은 숙제는
- 주주가치 제고로 국민연금 등 설득 과제
실적 향상과 미국 프로젝트 성공 키포인트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70년 동행 후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표결 경쟁 2라운드가 끝났다. 일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에 성공했지만 지분 구조상 공세는 계속 될 전망이다. 중·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든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의 숙제를 들여다봤다.
중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경영권 방어
지난 3월 24일 끝난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는 등 경영권을 수성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두 번째 정기 주총에서의 핵심 안건은 단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였다. 최 회장은 이사회의 이사 선임 표결에서 월터 필드 맥라렌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연임을 확정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포기 속에 주주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도는 종전 11대 4에서 ‘9대 5’로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지키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5인 선임의 건’이 통과되면서 임기 만료 6명 중 남은 1인(감사위원)은 오는 9월까지 선임하게 됐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이사회 구도는 10대 5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를 알 수 있었다. 감사위원의 경우 대주주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 경영진 체제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상 중장기적인 분쟁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8%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지분율 1.55%를 비롯해 크루서블 조인트 벤처(JV)가 10.59% 지분을 보유한 최대 우군이다. 한화그룹의 7.7%, 현대차그룹의 해외법인인 HMG 글로벌의 5.01% 등도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영풍·MBK 연합의 우호 지분은 41%대다. 영풍의 자회사 와이피씨 25.21%를 포함한 영풍 측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32.88%다. 여기에 MBK 측의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8.25%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격차가 3%대에 불과하기에 지속적인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5.2%)을 설득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반대하면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우군으로 분류됐던 국민연금의 의결권 미행사 이유는 고려아연이 2024년 2조5000억원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2주 만에 이를 철회하는 등 논란을 일으켜서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연금을 다시 자신의 편으로 돌려세우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204만여주에 달하는 자사주의 소각을 완료하는 등 주주환원에 힘썼다. 총주주환원율은 263.5%까지 상승했고, 9177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 강화 움직임도 보였다.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80%로 상장사 평균(54.4%)을 크게 웃돌았고,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통해 투명성도 높였다.
영풍·MBK의 지속적 ‘잽’ 법적 대응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에서 5명의 인사가 영풍·MBK 편이지만, 1년 후 주총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내년 주총에서 임기 만료 이사는 9명이다. 영풍 측에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취소 청구의 건이 대법원의 판결로 넘어가면서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이상훈·이형규·김경원·이재용)의 사외이사를 포함하면 13명의 이사를 다시 선임해야 한다.
매년 표결에 따라서 이사회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에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법적 대응과 관련해서도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 굵직한 안건 등은 지난 1년 6개월간 벌어진 임시 주총과 2번의 정기 주총을 통해서 결판이 어느 정도 가려졌다. 이에 영풍·MBK는 적극적 공세보다 ‘잽’ 위주로 파고들 공산이 크다.
고려아연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책은 실적이다. 지금처럼 호실적을 올리고 주주환원을 강화해 간다면 현 경영진 체제의 신뢰가 깊어질 것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업황 악화에도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자원순환·이차전지 소재) 이익을 본격화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 16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크루서블 통합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11조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안보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려아연이 직접 운영하게 될 미국 제련소는 기초금속부터 귀금속·희소금속까지 비철금속 13종을 2029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13종 가운데 11종이 2025년 미국 내무부가 선정한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되는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설립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첨단산업 필수 소재로 꼽히는 희토류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기술 확보를 위해 최근 미국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고려아연은 4월 1일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최윤범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젝트 크루서블’ 공식 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통합제련소 설립을 위한 중요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이 성공적인 미국 프로젝트를 위해 현 리더십을 지지해준 만큼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통합제련소 건설을 미국 정부와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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