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연임 성공한 바이오 수장들…실적 넘어 ‘다음 성장’ 증명해야
- 사상 최대 실적으로 재신임 성공
초격차·승계·파이프라인 ‘2막 경쟁’ 돌입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수장들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며 잇따라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은 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재신임을 받았다.
다만 연임의 의미는 단순한 성과 보상에 머물지 않는다. 생산능력 확대나 단일 신약 성과 중심의 성장 단계를 지나 ▲수익성 ▲파이프라인 ▲글로벌 판매망 ▲조직 안정성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임을 ‘성과의 마무리’가 아닌 ‘다음 성장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3연임’ 존 림 대표, 초격차 질 입증해야
존 림 대표는 지난 3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창립 15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며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어갈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매출 4조5569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30.3%, 56.6% 성장했다. 업계 최초 ‘영업이익 2조원’ 돌파는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 구조까지 완전히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존 림 대표의 성과는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1~3공장 풀가동과 4공장 램프업(증산)을 통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수익으로 연결했다. 또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했다.
그는 주총에서 “과감한 투자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해왔다”며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존 림 대표는 향후 ‘생산능력·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3대 축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록빌 공장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빠르게 정착시키고,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와 인공지능(AI) 기반 생산 체계 구축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CDMO 산업이 항체약물접학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만큼, 단순 ‘규모 경쟁’을 넘어 공정 기술과 플랫폼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 결국 존 림 체제 3기는 ‘초격차의 양’이 아닌 ‘초격차의 질’을 입증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승계·투자 동시 시험대
셀트리온은 지난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변경을 통해 경영 구조 변화를 단행했다. 기존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기우성 제조개발사업부 총괄대표와 서진석 이사회 의장 겸 경영사업부 총괄대표 중심의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특히 서정진 회장은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기우성 대표의 은퇴 이후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김형기 글로벌판매사업부 총괄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신민철 관리부문장(사장)이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이 같은 경영 구조 변화는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셀트리온은 2025년 매출 4조1163억원, 영업이익 1조1655억원으로 각각 15.7%, 136.9% 증가했다. 합병 이후 고원가 재고 문제를 해소하고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정상화에 성공했다.
회사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송도에 1조2265억원을 투입해 18만리터(ℓ) 규모의 4·5공장을 신설하고,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 공장 증설까지 병행한다. 이에 따라 전체 원료의약품(DS) 생산능력은 57만1000ℓ까지 확대된다. 이 같은 투자는 생산 전 과정 내재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직판(직접 판매) 체계 완성 ▲후속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의 연속 흥행 ▲대규모 투자 이후 수익성 개선 여부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승계 안정성’과 ‘성장 지속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 ‘포스트 엑스코프리’ 승부수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지난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글로벌 신약 ‘엑스코프리’의 상업화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 능력을 재확인받은 셈이다.
SK바이오팜은 2025년 매출 7067억원, 영업이익 203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9.1%, 111.7% 증가했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이 6303억원으로 약 44%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동훈 대표의 성과는 ‘신약 상업화’와 ‘조직 경쟁력’이다. 그는 투자 전문가 출신 경영자로서 장기 성장 전략을 설계하는 동시에, ‘원팀’ 중심 조직 문화를 구축하며 실행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글로벌 리더십 완성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며 세노바메이트 중심 시장 지배력 강화와 함께 방사성의약품(RPT),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을 핵심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또한 “RPT는 아직 글로벌 선도자가 없는 시장”이라며 선점 전략을 강조하고, 미국 직판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운영 체계 고도화와 아시아 시장 확대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현재 수익 구조가 단일 품목에 집중된 만큼, 후속 파이프라인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다. SK바이오팜이 성공한 신약 기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이번 연임 이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세 기업 대표 모두 실적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요구되는 경쟁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초격차의 질을 ▲서진석·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리더십 전환과 성장의 균형을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두 번째 성장동력을 각각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단일 공장이나 개별 신약 성과만으로 기업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생산·판매·R&D·조직까지 종합 경쟁력을 갖춰야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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