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말하면 걸린다’에서 ‘말해야 산다’로…기업 법무의 전환점 [김기동의 이슈&로(LAW)]
- 샤이 컴플라이언스의 종말…ACP 도입으로 ‘검토하면 위험’ 구조 해소
다만 경계·관리·윤리 없으면 또 다른 분쟁 불씨
만능 방패 아닌 ACP
이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29일 변호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이 명문화됐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법률 조력을 목적으로 한 비밀 의사 교환은 공개를 거부할 수 있으며, 수임 사건과 관련해 작성·보관된 문서와 자료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시행일은 2027년 2월 20일로 예정돼 있지만, 시행 이전의 의사교환과 자료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사실 입법에 앞서 사법부는 이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26. 2. 20. 선고 2024모730 판결]은 피의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변호인과의 메시지와 이메일, 변호인이 작성한 문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어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도4422 판결]에서는 변호사와의 통화 녹음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러한 흐름을 형사절차를 넘어 행정조사 등으로 확장한 것이다.
다만 ACP가 만능 방패는 아니다. 첫 번째 쟁점은 법률 자문과 경영 판단의 경계다. 미국의 ‘업존(Upjohn) 판결’(1981년) 이후, ‘법적 조언’을 목적으로 한 사내변호사와 직원 간 의사소통은 폭넓게 보호받는다. 그러나 사업 전략이나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 부분은 일반 업무로 분리돼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문서에 ‘법률 의견’이라는 제목을 붙인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비밀성 유지 문제다. 보호 대상 자료라도 제3자나 외부 협력사와 공유되는 순간 비밀유지권은 소멸된다. 단순히 변호사를 이메일 참조(CC)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관리 체계가 수반돼야 한다.
세 번째는 ‘범죄-사기 예외’(Crime-Fraud Exception)다.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는 진행 중인 위법행위를 실행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자문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한다. 향후 한국 법원이 이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도 도입’보다 ‘준비’가 더 중요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보다 준비가 더 중요하다. 내부 조사 시 ACP 권리가 개인이 아닌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는 ‘업존 경고’(Upjohn Warning)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법률 자문 문서에는 ‘CONFIDENTIAL: ATTORNEY-CLIENT PRIVILEGED’ 표시를 일관되게 부착해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도 즉시 식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사내변호사의 법률 판단 업무와 사업 지원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각에 맞는 문서 관리 기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ACP 적용 여부를 두고 변호사와 수사기관 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은 이를 수사 방해 수단이 아니라 적법 절차의 경계로 인식해야 하며, 그 범위 안에서 수사의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변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규정하고,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ACP는 변호사의 특권이 아니라 의뢰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남용해 위법행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제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최악의 진단도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진료실 내 대화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이제 그와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준법 경영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다만 그 신뢰는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ACP 체계를 갖춘 기업은 압수수색 상황에서도 핵심 전략 문서를 보호할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법률 의견과 경영 문서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중요한 자료를 그대로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ACP는 시작일 뿐이다. ‘검토하면 위험한 구조’에서 ‘검토해야 안전한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준비 수준이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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