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청약시장 고립된 3040, 사각지대 내몰려 ‘영끌족’ 주축 됐다
- [청약통장 무용론]③
전체 주담대 가운데 3040 비중 70%
특공·가점 경쟁 밀려…‘소외 공포’ 작용 해석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부동산 청약 제도가 청년층과 중장년층에 유리하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거 안정이 절실한 무주택 3040세대가 청약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당첨 기회가 축소되면서 청약 통장을 포기하거나 기존 주택 매매 시장으로 밀려나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2030 특공·5060 가점…3040 청약 경쟁서 소외
현재 국내 아파트 청약 제도는 크게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지는 일반공급 가점제와 특정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특공)으로 나뉜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부양가족 수(최고 35점)에 따라 가점을 산정해 점수가 높은 순으로 청약 당첨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무주택기간은 30세 미만 미혼 무주택자(0점)를 기준으로 1년이 늘 때마다 2점씩 높아져 무주택기간이 15년 이상일 경우 최고 점수를 32점까지 인정한다. 부양가족은 1명일 때 5점으로 계산하고 1명이 늘 때마다 5점을 추가한다.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면 35점을 얻게 된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의 경우 1점에서 1년씩 늘어날 때마다 1점이 가산돼 최고 15년 이상이면 17점의 최고점을 받는다. 만점은 84점이다. 부양가족 가점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서울의 최소 당첨 가점 점수는 70점에 육박한다.
실제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 르엘’의 청약 당첨자 최저 가점이 전 타입 69점으로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 당첨 결과는 5개 주택형의 1순위 청약 최저 가점이 모두 69점이었다. 이는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가점에 해당한다. 주택형별 최고 점수는 ▲122㎡형 74점 ▲106㎡ 72점 ▲100㎡ 71점 ▲118㎡ 71점 ▲117㎡ 69점 순이었다. 전용면적 기준 100㎡ 분양가가 27억2900만원(최고가 기준) 수준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 후반~40대 초반 가구에서는 당첨 확률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반면 청년층을 겨냥해 신설되거나 확대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은 혼인 기간이나 소득 기준 등의 제한으로 본격적인 소득 활동을 하며 자산 형성을 시작한 3040 가구에는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분양주택이나 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0% 범위에서(공공건설 임대 15%, 국민임대 30%) 공급한다. 혼인기간이 5년 이내이고, 그 기간에 출산(임신 및 입양 포함)하여 자녀가 있는 무주택세대구성원이 지원할 수 있다. 혼인기간이 3년 이내이면 우선 선정 대상이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건설량의 20% 범위에서 공급한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넓은 집이 필요해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 3040 가구의 경우 ‘생애최초’ ‘신혼부부’ 조건에 맞지 않아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약 절망감이 키운 매수세…신규 주담대 차주 비중 70% 육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이 필요한 3040들은 영끌족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 22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주담대 차주당 신규취급액은 전분기보다 1653만원 늘어난 2억293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큰 수치다. 주목할 점은 30대와 40대의 대출 규모가 컸다는 점이다. 3040 차주들이 빌린 돈은 1분기 신규 주담대의 69.7%에 달했다. 30대 차주가 받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인당 2억8990만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40대의 주담대도 2억4514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1203만원 증가했다.
민숙홍 한국은행 가계부채미시통계팀장은 “수도권 규제 지역의 주담대 한도 제한과 전세 매물이 감소하는 주택시장 상황과 맞물려 주택거래가 일부 발생하면서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취급액이 늘어나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3040의 영끌을 통한 주택 매수는 최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6‧27 규제를 통해 주담대 한도를 제한했을 때도 3040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2025년 12월 한국은행이 처음 공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차주당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평균 2억2707만원으로, 2분기보다 1712만원 늘었다. 이때도 30대가 2억879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억4627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27일 ▲6억원 초과 주담대 금지 ▲은행 주담대·정책대출 공급목표 축소 ▲자율관리조치 전 금융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강남권에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나오면 이 가격이 곧 시세가 되고 강남 주변 and 서울 전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문제를 잡겠다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폈다. 그러나 규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다시 꿈틀대면서 3040의 소외 공포(FOMO)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아니면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청약으로는 내집마련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3040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동산 시장 큰손이 됐다”며 “무주택 상태로 머물기보다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을 매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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