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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호 2026-06-22

IPO의 새 지평을 열다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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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운동복 키워 압구정으로…‘한국의 오모테산도’ 깃발 꽂은 자주 가보니

산업 일반

1990년대 젊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자 이른바 ‘오렌지족’의 아지트로 명성을 날렸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한동안 대형 공실과 상권 침체로 신음하던 이 거리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젊은 소비자들이 찾아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며 활기를 채우고 있다. 고급 수입차와 트렌디한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한국의 오모테산도’라 불리는 도산공원 인근 패션 거리와 맞닿은 이 중심부에 낯설고도 익숙한 간판 하나가 새로 걸렸다. 신세계까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지난 6월 4일 문을 연 ‘자주 압구정로데오점’이다. 가성비 소품숍은 잊어라과거 이마트 매장 내 작은 생활용품 코너 ‘자연주의’로 시작해 친숙한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자주가 왜 하필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단가가 높은 압구정 상권 한복판에 깃발을 꽂았을까. 그 야심은 압구정로데오점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지난 6월 16일 오전 10시 30분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마트 속 ‘그릇 파는 자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대형 수납함이나 플라스틱 용기, 주방용품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의 여름 패션 아이템들과 라운지웨어였다. 매장 내부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알던 생활용품숍보다 패션 편집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미니멀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첫인상부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한 디스플레이였다.자주 압구정로데오점은 상권의 특성을 현미경처럼 분석해 매장 구성을 완전히 바꿨다. 유행에 극도로 민감한 2030세대와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 소비층인 만큼 전체 카테고리 중 패션 상품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늘렸다. 실제로 자주의 패션 카테고리는 올해 5월 누계 기준 전체 매출 비중의 약 57%에 달할 정도로 이미 브랜드 내 핵심 사업으로 우뚝 섰다. 생활용품 브랜드로 출발한 자주가 이제는 절반 넘는 매출을 옷과 패브릭을 팔아 벌어들이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완전히 변신했음을 매장 구성이 웅변하고 있었다.또 여름을 맞아 매장에는 5월 출시 이후 무더위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 중인 여름 시그니처 라인 ‘자주 에어’(JAJU AIR) 시리즈도 전면 배치돼 있었다. 흡습·속건 기능과 접촉 냉감 원단을 중심으로 여름철 불쾌지수를 낮춰주는 냉감·코튼 파자마와 라운지웨어를 비롯해 메쉬·인견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언더웨어 제품들이 즐비했다.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원단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티셔츠 특화존과 함께 세련되게 구성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매장 한편에는 만능 살림꾼으로 소문난 배우 이정현과의 협업 콘텐츠도 눈에 띄었다. 살림템부터 침구까지 자주가 갖고 있던 본질도 놓지 않고 있었다.매장에서 만난 30대 한 여성 고객은 패션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피부에 닿는 소재의 느낌이 좋다”며 “티셔츠부터 바지까지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일본의 무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주는 티셔츠 특화존을 운영해 여름철 인기 상품인 슬럽 티셔츠와 스마트 코튼 티셔트를 집중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이 소재별 특징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도 차별화했다. 패션·뷰티와 가구의 화학적 결합은자주는 최근 패션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원마일웨어와 애슬레저 상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퀼팅·코튼·레이온 저지·시어서커·크링클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홈웨어를 선보이고, 운동과 일상을 아우르는 애슬레저 라인도 함께 구성했다. 패션 외에도 냉감 침구류, 급속 냉각 핸디 선풍기, 수분 진정 선크림 등 여름 시즌 상품을 모은 ‘퀵 쇼핑존’을 운영하고 생활용품과 뷰티 카테고리 경쟁력도 키운다. 즉 가구에 비해 구매 주기가 짧고 마진율이 좋은 패션·뷰티로 든든한 기초 체력을 다진 뒤, 궁극적으로 침대·소파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리빙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압구정 매장에서 검증된 2030 고객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상품 기획과 운영 전략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주의 이러한 영토 확장이 신세계까사가 지향하는 ‘토털 리빙 기업’으로서의 정체성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는 아직 미지수다.현재 자주는 마트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패션과 뷰티 카테고리를 키우며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행보가 장기화될 경우 본업인 가구(까사미아) 및 홈퍼니싱 비중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하는 ‘토털 리빙’의 청사진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침대나 소파 같은 중후한 가구 중심의 사업 구조 위에 선크림과 패션 파자마를 얹었을 때, 소비자가 이를 이질감 없는 하나의 ‘토털 리빙 브랜드’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얘기다.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뷰티와 가구가 맞물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려나가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플랫폼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것과는 아이덴티티에 차이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주의 압구정로데오점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쇼핑 상권에서 나아가브랜드의 정체성과 트렌드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이 매장은 자주 내에서도 생활용품 카테고리 외 패션 제품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가구와 침구, 파자마 카테고리에서 나아가 애슬레저 제품 등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주의 패션 카테고리 제품들은 디자인적 디테일한 요소들이 있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라고 덧붙였다.

2026.06.22 10:03

4분 소요
‘자주’ 품고 흑자 낸 신세계까사…‘홈퍼니싱 명가’ 정체성 시너지 과제로

산업 일반

가구 명가 신세계까사가 전례 없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리빙 시장의 무한 경쟁 속에서 가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혹독한 부동산 침체까지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이에 신세계까사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우회’였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로부터 대중적인 홈리빙 브랜드 ‘자주(JAJU)’ 사업 부문을 양수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고 소비 주기와 회전율이 빠른 생활용품·식기·침구·홈웨어 등을 전면에 배치해 불황기 소비자와의 접점을 매일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침체된 가구 시장의 충격을 대중적인 홈리빙 상품으로 완충하겠다는 유통 대기업다운 발상이다.이 영리한 우회로 뒤에는 ‘주객전도’라는 덫이 숨어있다. 본업인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의 경쟁력을 갈고닦고 프리미엄 헤리티지를 강화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가성비와 대중성을 무기로 한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의 영토 확장에 전사적 역량과 자본이 쏠리게 된 탓이다. 업계는 신세계까사가 쌓아온 ‘전문 가구기업’으로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가 장기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자주’ 수혈로 깜짝 턴어라운드, 성적표의 이면신세계까사가 최근 거둔 외형 성장과 흑자 구조 구축은 이러한 자주 양수 효과가 단기적으로 거둔 달콤한 열매다. 2026년 1분기 신세계까사는 총매출 111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수익성 중심 구조 전환에 기여했다는 자평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분기 매출이 600억~700억원대 수준에 갇혀있던 체급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그러나 이 성적표를 뜯어보면 본업의 정체와 시장의 양극화라는 묵직한 현실이 숨어있다. 올해 1분기 총매출과 자주 브랜드 양수 전인 지난해 동기(약 623억 원)를 비교하면 78.8%가량 껑충 뛰었다. 여기에 과거 신세계인터내셔날 시절 자주의 분기 매출이 500억원 안팎을 유지했던 흐름을 대입해 보면 손익계산서를 추정해 볼 수 있다.즉 자주의 기존 매출 규모가 그대로 이전돼 합산됐을 시 올해 1분기 신세계까사의 순수 가구 및 홈퍼니싱 부문 매출은 여전히 600억원대 초반에 멈춰 정체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아가 홈스타일링 트렌드 확산으로 자주 매출이 확대됐다면, 본업인 가구 엔진은 사실상 부동산 한파 속에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주객전도’는 국내 가구 및 홈리빙 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도 근거가 된다. 부동산 거래 절벽과 맞물려 교체 주기가 긴 전통 가구 시장은 장기적인 침체기를 겪는 반면, 인테리어 소품·침구·주방용품 등을 아우르는 홈리빙(홈퍼니싱)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집꾸미기(홈스타일링)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신세계까사가 본업인 침대와 소파 대신 자주의 생활용품이나 라운지웨어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도 불황기에도 소비가 지속되는 ‘회전율 높은’ 시장으로 무게추를 옮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자주는 마진율이 안정적인 패션과 생활용품 중심 브랜드인 만큼 1분기 전체 영업이익 13억원의 상당 부분이 자주의 흑자 기여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기여분을 발라내고 나면 신세계까사의 기존 가구 부문은 여전히 손익분기점(BEP)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 신세계까사의 영업이익은 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까사 측은 “비상장사로서 사업부별 구체적인 매출 및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동반 성장 하고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주의 매출이 현재의 확장세를 이어간다면 조만간 본업인 가구 실적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토털 리빙의 청사진, 정체성 결합에 사활자주가 헤치고 나아가야 할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신세계까사로서는 부담이다. 자주가 확장 중인 생활용품과 가성비 뷰티 등 카테고리는 이미 초가성비로 무장한 다이소와 K-뷰티를 독점한 올리브영 등 강력한 카테고리 킬러들이 장악한 포화 상태다. 백화점식 확장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 속에서 비용과 재고 부담만 키울 위험이 크다.결국 신세계까사가 공언한 ‘5년 내 8000억원 규모의 기업 성장’이라는 청사진이 허상이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두 브랜드의 매출을 합쳐 덩치만 키우는 양적 결합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주의 대중적 인프라가 본업인 가구의 체질 개선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화학적 시너지 모델을 증명해야 한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자주가 본업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지 아니면 가구 엔진을 다시 춤추게 할 진정한 도약대가 될지, 신세계까사는 지금 중요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이에 대해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신세계까사의 가구와 자주의 생활용품을 리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융합해 둘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패션 카테고리는 자주 내에서 이제 성장하고 있는 부가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주의 포지션과 방향성에 대해 “자주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나 특정 디자인 콘셉트를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상품의 실용성과 사용 경험에 집중하는 브랜드”라며 “‘자주 쓸수록, 최상의 삶’이라는 철학처럼 일상 전반에 필요한 상품과 생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자주는 신세계까사가 가구 중심 기업을 넘어 토털 리빙 기업으로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가구와 수면 중심의 사업을 생활용품과 패션까지 확장함으로써, 고객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든든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2026.06.22 10:03

4분 소요
나스닥은 88% 뛰는데 코스닥은 4%…‘천스닥’의 불편한 진실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⑥

증권 일반

미국 나스닥과 국내 코스닥 시장을 비교하면 시가총액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률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난다. 최근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스닥지수는 1000선 초반에 머물고 있다. 시장이 흔들리면 900선대로 내려가는 모습도 반복된다.두 시장 모두 기술주와 성장기업 중심 시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성과와 규모 면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최근 5년간 수익률만 봐도 차이가 뚜렷하다. 나스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에 힘입어 88.41%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4.07% 오르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역시 나스닥은 약 45조달러(약 6경8000조원)에 달하는 반면 코스닥은 약 583조원 수준이다. 상장사 수는 나스닥이 3270여개, 코스닥이 1800여개로 집계됐다.시장 구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나스닥에는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꾸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코스닥은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성엔지니어링 등 바이오와 2차전지, 로봇,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나스닥이 글로벌 빅테크 중심 시장이라면 코스닥은 성장 산업 중심 시장의 성격이 강하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이 국내 혁신기업의 성장 무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초대형 기업이 부족한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2026.06.22 08:30

1분 소요
반도체 쏠림에 얼어붙은 IPO 시장…하반기 훈풍 올까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⑤

증권 일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상장 기업 수와 공모금액이 모두 급감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먹는 수준의 침체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IPO 시장에는 온기가 전달되지 못하는 모습이다.시장에서는 반도체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 현상과 대어급 기업 부재, 강화된 상장 심사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하반기에는 제도 변화와 함께 상장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다시 시장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IPO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올해 상장 기업 공모액, 전년 比 반토막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21개사(스팩 제외)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개사와 비교하면 44.7% 감소한 수준이다. 공모금액 역시 지난해 2조1412억원에서 올해 1조474억원으로 51.1% 줄었다.상장 시장 위축은 5월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5월 신규 상장 기업은 3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9곳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IPO 한파가 더 심한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LG씨엔에스·서울보증보험·씨케이솔루션·달바글로벌 등이 잇따라 상장하며 공모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올해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사실상 유일한 코스피 신규 상장 사례로 꼽힌다.연도별 흐름으로 봐도 올해 IPO 시장 침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5월까지의 상장 건수는 최근 10여 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2020년에도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은 20곳을 기록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이 위축됐던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7곳, 45곳의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IPO 시장의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쏠림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자금 상당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반도체 대형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어급 기업의 부재도 IPO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공모시장은 대형 기업의 상장을 계기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관련 기업들의 상장도 연쇄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시장 분위기를 주도할 만한 초대형 IPO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정부의 상장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반주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복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보호를 강조하면서 과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추세다.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IPO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과거 IPO 시장의 핵심 공급원이었던 기업집단 계열사들의 상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LS그룹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올해 초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시장에서 대어로 평가받던 SK에코플랜트 역시 IPO 대신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매입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또한 중복상장 규제 영향 등으로 상장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 및 강화된 심사 규제 등 관련 각종 이슈로 대어급 종목과 절대적 상장 종목 수가 적어지며 공모액은 현저히 부족해져 공모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어급 종목 부재에 따른 코스닥 중소형주로의 수급 집중에 따른 희소성 프리미엄 효과가 지속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줄었지만 ‘공모주’ 경쟁력은 여전올해 상반기에는 IPO 시장이 얼어붙어 있지만 하반기 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5월 상장한 기업들의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월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2664대 1, 1274대 1에 달했다. 코스닥 중소형주인 코스모로보틱스·폴레드·마키나락스 등 세 기업 모두 상장 당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300%를 넘는 등 투자 심리가 살아있는 모습이다. 상장하기에 투자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이에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IPO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상장 제도 개선과 심사 절차 정비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제도 변화 이후 다시 증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특히 코스피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지수 상승 훈풍이 확산한다면 IPO 시장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적용될 전망이다.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IPO 시장은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보다 제도 변화에 따른 관망세가 더 크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수 변동성과 제도 변화의 불확실성이 지나면 하반기에는 공모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6.22 08:00

4분 소요
‘삼천닥’ 위한 코스닥 활성화 해법은…상장 아닌 ‘퇴출’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④

증권 일반

올해 코스닥은 ‘천스닥’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를 확산시켰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만포인트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6월 들어서는 지수 1000선마저 내주는 등 투자 심리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구조가 코스닥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퇴출 강화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5년간 상장사 3배 늘었지만 결과는 ‘박스권’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는 인공지능(AI)·바이오·로봇·2차전지 등 미래 성장산업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음에도 부실기업 누적이라는 비판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1000포인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고, 이는 코스닥 저평가와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 퇴출 강화를 우선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코스닥 3000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2000년 604개에서 ▲2010년 1029개 ▲2020년 1468개 ▲2025년 1827개로 증가했고, 6월 18일 기준 1800개를 기록하고 있다. 25년 동안 약 3배 늘어난 셈이다. 매년 100여 개의 기업이 신규 상장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시장 퇴출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실제로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104개 수준에 그친 반면 신규 상장 기업은 528개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 기업 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이 과정에서 ▲실적 부진 ▲자본잠식 ▲경영 불확실성 등을 겪는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이 같은 문제는 동전주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6월 18일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총 133개에 달한다. 코스피의 39개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동전주는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의미를 넘어 성장성 저하와 유동성 부족, 투자자 보호 문제를 상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그동안 ‘진입은 쉽고 퇴출은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한다. 기술특례상장과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통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지만, 상장 이후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와 시장 정화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상폐 기준 높여 코스닥 대수술 시작금융당국은 이런 지적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스닥 구조개혁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심은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기업 조기 퇴출이다. 금융위원회가 승인한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된다. 또한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장기간 유지되는 동전주 역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 관리가 강화된다.10월부터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 등 3개 그룹으로 구분하는 이른바 ‘코스닥 승강제’가 도입된다. 기업의 실적과 시가총액·지배구조·투자자 보호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우량기업은 상위 그룹으로 이동시키고 부실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량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투자자들이 기업의 질적 수준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수급 개선책도 병행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가운데 약 8조∼10조4000억원이 코스닥 시장에 직접 투자될 전망이다. 장기 투자 성격의 공공 자금이 유입되면 만성적인 수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손질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바이오와 AI, 반도체 분야 벤처기업 성장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지만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과 투자자 피해 논란이 반복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 과정의 책임 강화와 상장 이후 사후관리 필요성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사업 성과와 기술 경쟁력에 대한 점검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중복상장 규제 역시 강화된다. 정부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원칙을 제시했다. 앞으로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다시 상장하려면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최소화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사업 성과 부진과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 자본잠식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적으로 방치돼 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며 “이번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기업 퇴출 조치는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과 투자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06.22 07:30

4분 소요
엄마 불닭으로 큰 삼양, 아들 전병우표 헬스케어는 통할까

유통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본인 주식 증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병우 전무는 본인이 삼양식품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삼양식품이 최근 선보인 헬스케어 브랜드 스핀들의 성과가 전병우 전무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불닭 의존도 높은 삼양식품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은 운명 공동체다. 회사의 흥망성쇠가 불닭볶음면 제품 하나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불닭볶음면을 통해 실현한 매출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양식품 전체 매출(2조3518억원)의 약 70% 수준이다.지난해 삼양식품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한 불닭볶음면의 흥행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당분간 불닭볶음면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수출 전용 밀양 제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밀려드는 불닭볶음면 글로벌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닭볶음면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말 누적 판매 100억개를 돌파했다.올해도 불닭볶음면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714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이 올해 2분기 7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의 성장세는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양식품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했다는 것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에 대부분 진입했다는 얘기”라며 “삼양식품의 또 다른 라면 브랜드 맵탱이 생각보다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쟁사들도 글로벌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삼양식품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불닭 브랜드를 뒷받침할 또 다른 플러스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사업에 거는 기대삼양식품도 장기적으로 불닭볶음면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지난 2023년 삼양식품그룹이 지주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순한 라면기업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신성장 사업을 주도하는 전병우 전무가 헬스케어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전병우 전무의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연구개발(R&D) 부문 구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삼양식품은 식품과 스핀들 본부(헬스케어 부문) R&D 조직을 구분해 운영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헬스케어 부문의 명칭을 스핀들 본부로 변경한 바 있다.식품연구소는 면·스프·스낵 등을 개발 중이다. 스핀들 본부 산하인 미토믹스(Mitomics) 연구소는 항노화·대사 건강·생체 데이터 분석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전병우 전무는 삼양식품에서 헬스케어비즈니스유닛장과 미토믹스 연구소장을 겸할 정도로 관련 사업에 집중해왔다.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전병우 전무 입장에서는 헬스케어 부문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오는 2030년 약 8500억달러(약 1286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삼양식품이 최근 론칭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핀들은 전병우 전무가 그리는 새로운 삼양식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해당 브랜드의 첫 번째 제품으로 ‘근력엔 아커만시아’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대사 균형을 바탕으로 한 근력 강화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삼양식품은 스핀들의 첫 번째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온라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은 스핀들과 소비자간의 접점 확대를 위해 이달 평창 삼양라운드힐에서 트레일 러닝 행사도 기획했다.앞으로도 삼양식품은 스핀들 브랜드를 통해 체중·혈당·근력·면역 등 대사 건강 전반에 걸쳐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사 연구를 기반으로 건강 전반에 걸친 제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6.06.22 07:00

3분 소요
“2만원대라더니 알뜰폰보다 비싸다”…이통 3사 통합요금제의 함정

IT 일반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통합 요금제 체제가 전면 가동되지만 가입자들의 체감 인하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저가 구간의 외형만 꾸몄을 뿐, 핵심 데이터 구간에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비 인하라는 명분 뒤에 숨은 매출 방어 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오는 7월을 기점으로 국내 이통 시장이 5G와 LTE 요금 체계를 하나로 묶은 ‘통합 요금제’ 시대로 진입한다. 포문은 LG유플러스가 먼저 열었다. 통신 가입·이용 전 과정을 단순화하는 ‘심플리 2.0’ 전략을 발표하며 기존 53종의 요금제를 18종으로 확 줄였다.KT 역시 7월 1일부터 기존 5G·LTE 요금제 105종의 신규 가입을 전격 중단하고, 요금 체계를 ‘초이스’와 ‘베이직’ 라인 총 18종으로 대폭 간소화한다. SK텔레콤도 7월 2일 5G와 LTE 망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규 통합 요금제 ‘베스트·라이트’를 론칭해 기존 요금제 67종의 가입을 중단한다.“차라리 알뜰폰 쓰겠다”하지만 요금제 전면 개편이 무색하게도 대중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누리꾼들은 “알뜰폰과 비교해 같은 데이터 용량에서 가격이 두 배가 차이 난다”며 높은 요금 장벽을 꼬집었다. “QoS(데이터 안심옵션) 3Mbps는 돼야 유튜브라도 보지 않나” “용량도 용량이지만 QoS 속도 제한에 아주 질려버렸다. 알뜰폰이나 계속 써야겠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다수의 이용자가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알뜰폰 유목민으로 남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이러한 불만은 소비자 개인의 영역을 넘어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앞서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이번 개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400Kbps 무제한 요금제’라는 국민 기만을 중단하고 통신 기본권 보장을 위해 QoS를 최소 1Mbps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정부가 이번 2만원대 5G 요금제와 400Kbps 속도의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연간 3221억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한 것에 대해 “현실을 모른다”고 일축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30GB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누가 월 3만3000원을 내고 데이터 제공량 1.5GB, 데이터당 단가 2만2000원의 요금제를 쓰겠나”라고 꼬집었다.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국민 평균 데이터 소비량’ 구간을 기준으로 현행 요금제와 개편 후 통합 요금제를 비교해 보면 논란의 원인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5G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은 약 36GB다. 만족스러운 통신 생활을 하려면 월 30~40GB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하지만 SK텔레콤의 현행 5G 요금제 중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베이직플러스 13GB업’(월 6만2000원, 데이터 37GB) 요금제의 경우 개편 후 통합 요금제 체계로 넘어가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30GB대 맞춤형 구간이 사라진다. 7월에 신설되는 요금제 중 하위 라인(라이트 59)은 데이터 제공량이 24GB에 그쳐 평균적인 이용자는 결국 월 요금이 7000원 더 비싼 ‘라이트 69’(월 6만9000원, 데이터 110GB) 요금제로 강제 상향 이동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기존 5G 가입자에게도 ‘라이트 69’는 가격과 혜택이 동일해 인하 혜택이 사실상 ‘0원’이다.KT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5G 요금제 중 36GB 평균 트래픽에 못 미치는 ‘5G 심플 30GB’(월 6만1000원)의 대안으로 내놓은 신규 통합 요금제 역시 110GB(베이직) 구간을 제외하면 QoS가 1Mbps에 그쳐 이용자의 데이터 과소비를 유도하는 구조가 고스란히 이어진다.이미 통합 요금제를 론칭한 LG유플러스의 ‘데이터플랜 31GB’ 또한 월 평균 사용량인 36GB를 온전히 소화하기엔 데이터가 부족하다. 윗단계인 ‘데이터플랜 95GB’(월 6만8000원)로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반면 알뜰폰 1위 브랜드인 KT엠모바일의 ‘5G 모두다 맘껏 30GB+’ 요금제는 정가가 6만1000원이지만 현재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적용해 월 3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기본 30GB에 5G 데이터 10GB를 추가 보장해 총 40GB를 보장한다. 이통 3사 6만원대 요금제의 절반 가격으로 국민 평균 트래픽(36GB)을 상회하는 데이터를 여유롭게 쓸 수 있다. '기본권 보장' 취지 뒤에 숨은 방어 전략결국 이통 3사가 대대적인 요금제 대수술 타이틀을 걸고도 국민 평균 소비 구간에서 꼼수 섞인 요금 설계를 단행한 배경에는 핵심 수익 지표인 가입자당매출(ARPU)을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전략적 속내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그나마 이번 개편에서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히는 대목은 ‘2만원대 5G 요금제 신설’과 ‘전 구간 QoS 적용’이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제공량의 완화보다는 국민이 일상에서 데이터 차단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 국민 통신 기본권 보장’에 정책적 포커스를 맞췄다.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더라도 최소한의 텍스트 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하도록 연결성을 지속해 주는 복지 관점의 개편이라는 설명이다.안팎의 날 선 비판과 꼼수 논란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 틀 자체는 이통사가 독단적으로 설계한 게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400Kbps라는 속도는 소비자들이 고화질 유튜브를 보거나 끊김없이 게임을 즐기라고 제공하는 스펙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고가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과의 형평성이 무너진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공개된 표에 적힌 용량과 속도 수치만 보면 혜택이 미미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아직 이통사들의 요금제 개편이 완벽하게 끝난 것은 아니며, 7월 초 출시 시점에 맞춰 요금제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화 프로모션과 추가적인 제휴 혜택들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새 통합 요금제는 세대별 망 구분을 없애 가입 절차를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바꾼 만큼 향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세부 혜택과 결합 상품 할인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체감 혜택을 판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2026.06.22 07:00

4분 소요
한화 '김승연호', ‘한국판 스페이스X’ 향해 발사

산업 일반

우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꾸는 기업에도 시선이 쏠린다. 발사체부터 위성 서비스까지 우주사업의 수직 계열화로 가치사슬을 확대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국가대표’로 꼽힌다. ‘우주태양광 시대’ AI 데이터센터에 활용 스페이스X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위성 통신이 아닌 우주판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해 지상 데이터센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우주 데이터센터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 전력원이 태양광이 될 전망이다. 우주에서는 태양광을 24시간 활용할 수 있고, 지상보다 높은 효율의 태양 복사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과 관련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상업용·주거용 태양광 모듈 1위 업체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이번에 차세대 전지를 우주로 보내 우주 태양광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지원하고, 미국 우주·방산기업 이지스 에어로스페이스가 총괄하는 우주 기술 실증 프로그램 SSTEF-1 프로젝트에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을 공급한다. 우주 환경에서의 태양광 셀 성능에 관한 실증 업무를 수행할 제품으로 한화큐셀의 탠덤 셀을 선정한 것이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는 독특한 결정구조를 갖고 있어 차세대 태양광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 단접합 셀은 한 종류의 반도체만 써서 태양광 스펙트럼을 나눠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이를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화학적 구조가 이론적으로 태양광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기존 실리콘 셀 대비 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제공되는 탠덤 셀은 한화큐셀 독일 탈하임 연구개발(R&D) 센터가 독자 기술로 제작했다. 달 탐사선 표면에 한화큐셀의 탠덤 셀 샘플이 설치될 예정이다. 한화큐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뢰성 높은 우주 태양광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방향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아 온 탠덤 기술은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우주용 태양광 분야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외에도 우주사업과 관련된 사항들을 검토하며 한화그룹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우주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탠다. 한화큐셀은 탠덤 제품을 2029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박승덕 한화큐셀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가능성을 우주까지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태양광 제조업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주 태양광 시대를 여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사업 수직계열화로 시너지 확대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발사체뿐 아니라 쎄트렉아이 인수 등을 통해 위성 제조와 위성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KAI)의 지분 확보와 협력 체계 확대로 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 16일 공시를 통해 KAI 지분 6.5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총 9.04%에 달하는 KAI 지분으로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KAI의 2대 주주가 됐다.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KAI 지분을 12% 이상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우주사업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 한화는 KAI 지분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바 있다. 한화는 최근 우주산업이 대형화·통합화 되는 흐름에서 KAI와 함께 ‘한국판 스페이스X’를 겨냥하고 있다.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항공전자·위성·우주발사체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국내의 우주산업은 최근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추세라 향후 한화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주산업은 자본과 규모의 경쟁 체제로 진입한 반면, 국내는 정부 의존도가 여전해 시장 진입 구조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한화는 KAI와의 역량 통합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발사체부터 위성·지상체계·우주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국내 최대 우주산업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부터 우주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김 회장은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국내 최대 민간 위성 생산 허브인 한화시스템의 제주우주센터를 찾았다. 한화그룹의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도 함께 자리하며 우주를 향한 한화의 포부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 회장은 한화의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우주사업을 적극 밀어주고 있다. 그는 “우리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꿈은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현실이 됐다. 달 궤도선에 이어 달 착륙선 추진 시스템까지 만들게 돼 한화는 국내 민간 우주산업의 명실상부한 선도 주자가 됐다”며 “우주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만 길을 내어준다”고 강조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우주사업 전반을 지휘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해 민간 최초의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며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의 최대주주로 33.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쎄트렉아이의 위성시스템 수주총액은 올해 1분기까지 1조638억원이고, 수주잔고 569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우주발사체 및 위성에 대한 기술적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가진 엔지니어들이 학회와 전시회 등을 통해 ‘우주 시대’를 대비하는 고객과 잠재 수요자를 발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6.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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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 3년…IPO 시장은 달라졌나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③

증권 일반

지난 2023년 파두 사태는 국내 IPO 시장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이 상장 직후 실적 쇼크를 기록하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렸다. 주관사와 회계법인, 기술평가기관 등 상장 생태계 전반의 검증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섰다. 3여년이 지난 현재 IPO 시장은 상장 기업 수보다 기업의 질과 검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과 투자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두 사태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적 부진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실적이나 이익 규모가 부족하더라도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 잡으며 코스닥 시장 성장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실제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초기인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15곳에 불과했지만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2020년 31개사, 2021년 31개사, 2022년 35개사에 이어 2024년에는 41개사가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8개 기업이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이 사실상 혁신기업의 코스닥 입성을 위한 핵심 통로로 자리 잡은 셈이다.기술특례상장의 비중이 커질수록 시장 신뢰의 중요성도 커졌다.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가 상장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한 배경이다. 거래소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이후 평가받은 핵심 기술이나 사업과 무관한 이종사업을 확대할 경우 상장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경우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IPO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성장 스토리가 상장 심사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수익 구조 ▲사업 지속 가능성 ▲내부통제 체계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우선 배정 확대와 주관사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IPO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보호예수 비율과 상장 후 추가 물량 출회 가능성(오버행) 등을 과거보다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한 IPO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요예측에서 공격적으로 참여한 뒤 상장 직후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호예수 비율과 오버행 가능성까지 함께 본다”며 “주관사 역시 공모가를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IPO 시장의 성과도 일부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기업(스팩 제외) 13곳 가운데 10곳이 최근 종가 기준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 수가 30곳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장 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개선됐다. 상장 초기 투자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장 첫날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따블’ 또는 ‘따따블’을 기록한 기업은 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여곳 이상 늘었다. 리센스메디컬·액스비스 등은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를 ‘양보다 질’ 중심으로 IPO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상장 건수 확대가 시장 활성화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상장 이후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 수익률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은 여전…기술특례의 남은 과제다만 시장에서는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고 해서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과 기술력을 평가받아 상장하는 만큼 상당수가 상장 이후에도 장기간 적자를 지속하거나 보유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최근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91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R&D 투자 가운데 43.4%가 투자 비효율성이 가장 높은 상위 25% 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32.9%는 두 번째로 비효율적인 그룹으로 분류됐다.연구진은 시설투자의 경우 일반 상장사와 기술특례상장 기업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R&D 투자에서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비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술 개발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투자 성과를 외부 투자자가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상장 문턱을 낮췄지만 상장 이후에는 기술 개발 성과와 사업화 가능성을 투자자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특히 임상 결과와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진행 상황 등 기술 관련 정보는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현재 실적보다 미래 기술 가치에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기술 관련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재무 성과보다 기술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기술 관련 공시 체계와 불공정거래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성 평가의 신뢰도 제고와 투자자 보호 장치 보완이 이뤄진다면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향후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 경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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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실사' 띄운 지평…IPO 자문시장 판도 변화 예고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②

증권 일반

기업공개(IPO) 시장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성장성과 재무건전성 검증에 집중됐던 상장 심사가 최근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규제 리스크 등 비재무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법률자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공시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잠재적 법적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법률실사(LDD·Legal Due Diligen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IPO 시장 내 법률자문의 역할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장 절차 지원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지배구조 점검 ▲내부통제 체계 구축 ▲공시 리스크 관리 ▲최대주주 적격성 검토 등 상장 전 과정에 걸친 법률실사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거래소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 수준을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면서 기업과 주관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통합 자문 역량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회계·기술평가 이어 법률자문 핵심 축 부상그동안 IPO 시장은 증권사와 회계법인, 기술평가기관 등이 중심축을 형성해왔다. 회계법인은 재무 건전성을 검증하고 기술평가기관은 성장성과 기술력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장 심사 과정에서 법률 검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법률실사는 ▲기업의 주요 계약 관계 ▲소송·분쟁 이력 ▲인허가 현황 ▲규제 준수 여부 ▲내부통제 체계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특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거래 ▲핵심 사업 관련 라이선스 및 지식재산권 보유 현황 ▲개인정보·노무·공정거래 이슈 ▲해외 사업 관련 규제 리스크 등 회계감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검토한다.IPO 시장에서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법적 리스크가 상장 이후 투자자 분쟁이나 공시 이슈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회계·재무 실사와 함께 독립적인 법률실사를 통해 잠재 위험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IPO 법률실사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곳이 지평이다. 지평은 투자자 보호 강화와 상장기업 책임성 제고를 위해 법률실사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지평의 경쟁력은 국내IPO를 넘어 해외 자본시장 자문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쿠쿠인터내셔널의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 상장이다.당시 지평은 쿠쿠홀딩스그룹 계열 쿠쿠홈시스, 쿠쿠 홈시스 말레이시아 법인 쿠쿠인터내셔날의 법률자문을 맡아 상장 준비 단계부터 최종 상장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현지 주관사와 로펌 선정부터 ▲법률실사 ▲투자설명서 작성 ▲해외 공모 관련 법적 위험 분석 ▲상장 계약 검토 ▲국내 공시 대응까지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지평은 발행회사와 한국 상장 모회사를 동시에 자문하며 상장 구조 설계부터 공모, 상장 후 공시 대응까지 전 과정을 총괄했다. 최대주주 입장에서 현지 자문단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해외 자본시장 경험은 최근 지평의 IPO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지평이 수행한 IPO 자문은 총 13건으로, 이 가운데 11건(84.6%)에서 발행사와 주관사를 동시에 대리했다. 단순 법률 검토를 넘어 기업과 주관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상장 과정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통합 자문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IPO 시장에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뿐 아니라 ▲내부통제 체계 ▲지배구조 ▲공시 적정성 ▲주요 계약 관계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검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재무 실사와 함께 법률실사를 통해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려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현재 지평은 한국 기업의 홍콩거래소 상장과 미국 나스닥 상장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국내 IPO뿐 아니라 해외 IPO, 외국기업 국내 상장 등 크로스보더(Cross-border) 자본시장 업무 영역까지 자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외 자본시장 경험이 지평만의 차별화 요소라고 평가한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 상장은 국내 IPO보다 규제 체계가 복잡하고 다수 국가의 법률과 공시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회계·재무 자문뿐 아니라 법률자문 의존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IPO 시장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검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로펌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증권사와 회계법인, 기술평가기관 중심이었던 IPO 자문 시장에 법률자문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IPO 심사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회계·재무 검증뿐 아니라 법률·규제 리스크 점검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향후 IPO 시장은 회계·기술·법률 검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심사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어 “법률자문사의 역할 역시 단순 절차 지원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회계법인, 기술평가기관, 법무법인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검증체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6.06.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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