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이성민 교수 “캐릭터 진화 통해 성인 IP로 확장해야” [K피카츄는 왜 없나]⑥
- ‘키덜트’ 아닌 사람 없는 한국 IP 시장
아이돌 비즈니스 노하우 활용 중장기 전략 필요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한국이 IP(지식재산권) 마케팅에 열광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IP 팝업스토어가 쉴 새 없이 전개되고 있고, 이를 다양한 세대가 소비하고 있다. IP 전문가로 알려진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통해 ‘대중문화’로 진화한 한국의 IP 생태계 시장을 진단하며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대중문화로 진화한 국내 IP 생태계
이 교수는 최근 콘텐츠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IP가 콘텐츠 비즈니스 논의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액체 미디어(Liquid Media)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핵심은 대중의 ‘주목’이 머무는 곳, 즉 비즈니스 무게중심의 이동에 있다. 우리가 경험했던 단단하고 안정적인 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며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액체 미디어의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극장과 TV, 책 등의 분절된 미디어 환경이 지극히 고체적(Solid)이었다면 디지털 기술로 미디어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에서는 특정 채널이나 플랫폼이 아닌 ‘IP’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래는 저작권과 상표권을 IP의 기본 묶음으로 봤는데 이제 브랜드로 좀 더 쉽게 이해되고 있다. 좋은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관련된 파생 행위들을 다 연결한다”며 “거기에 연결된 파트너들이 다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시너지가 나고 시장이 확장되는 형태”라고 IP 시장을 정의했다.
한국의 IP 소비 형태는 과거 소위 ‘덕후’들이 즐겼던 문화가 아닌 ‘대중문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이 같은 취미를 가진 성인을 뜻하는 ‘키덜트’(Kidult)라는 단어도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키덜트는 이례적인 현상일 때 아이 어른이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죄다 키덜트가 아닌 사람이 없다”며 “20대들이 키링을 달고 다니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고, 과거 X세대들도 ‘스타워즈 티셔츠’를 입고 다니곤 했다. 이처럼 아이들뿐 아니라 40, 50대들도 IP를 소비하는 허들이 낮아졌고 문화적으로도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주류적 시장이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즐기는 대중문화처럼 IP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세대 전체가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다 보니 다채롭게 소비하고 확장되는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의 IP 소비 현상을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오타쿠, 미국의 긱 등은 숨어 있는 애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덕후가 아닌 사람이 없다”며 “IP를 소비하는 것이 보편적 문화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게 독특한 것 같다. 모두가 IP를 다 같이 쓰는 건 좀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한국의 ‘멀티호밍’(사용자가 여러 서비스를 병행해 이용하는 행위) 현상도 주목했다. 그는 “하나만 죽어라 파는 게 아니고 여러 IP를 순환 소비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나가 아닌 여러 아이돌을 좋아하는 현상과 같은 경우”라고 비유했다.
중장기 플랜 관점, 팬덤 고도화 전략 요구
이 교수는 국내에서 포켓몬처럼 세대를 아우르면서 글로벌 파워를 지닐 수 있는 ‘슈퍼 IP’로 아이돌 BTS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아이돌 시장은 엄청나게 강하고, K-팝 쪽에서 이 IP 비즈니스 원형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따지면 슈퍼 IP를 BTS로 볼 수 있다”며 “아이돌의 팬덤 문화와 파생되는 마케팅이나 굿즈든 이런 비즈니스 모델들이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 IP들이 이런 역량과 결부된다면 분명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TS는 10년 이상 롱런하면서 팬덤이 두텁기 때문에 슈퍼 IP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휴먼 IP라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지 않다. 앞서 동방신기도 글로벌적으로 IP 가치가 매우 높았지만, 3명의 멤버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팬덤이 줄어든 측면이 없지 않다.
이 교수는 ‘아기상어’ ‘티니핑’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국내 IP를 주목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IP 역량을 고도화해야만 슈퍼 IP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IP 비즈니스는 세대론을 고민 안 할 수 없다. 뽀로로와 폴리, 타요 등은 20년이 지난 IP들이고 유튜브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뻗어갔다”며 “이 캐릭터를 보고 자란 세대가 20대가 됐을 때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지만 영유아 캐릭터라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핑크퐁이 이제 10년이 됐으니 이를 보고 자란 20대들이 아기상어에 여전히 열광하면 슈퍼 IP가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한국 IP들을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가령 티니핑의 경우 10세 이하 아이들이 타깃이었는데 ‘사랑의 하츄핑’이 등장하면서 15세까지 팬덤의 연령대가 높아졌다. 포켓몬의 경우 ‘포켓몬고’ ‘포코피아’와 같은 게임을 지속 개발하는 등 캐릭터의 진화를 통해 성인 IP로 확장되면서 롱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 IP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한국도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IP 고도화 전략을 짜야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국내에서 IP에 신경을 많이 쓰는 회사들은 영세하고, IP를 중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회사들은 관심이 없는 아쉬운 산업 구조였다”며 “한국이 아이돌 비즈니스를 잘 확장한 것처럼 중장기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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