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핑계, 김익환 부회장이 설명하고 싶었던 건 ‘한세’였다
- 로봇이 입은 옷으로 확장된 미래 의류 실험
AI, 비용이 아닌 시장으로 본 김익환의 철학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은 핑계였다. 한 해의 반환점을 맞은 6월 열린 한세실업의 ‘퓨처 웨어 미디어데이’는 신사업 발표라기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선언에 가까웠다. 생성형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에도 의복 산업은 사라지지 않고, 옷을 만드는 방식만 달라질 것, 그 변화의 중심에 한세실업이 자리할 것이라는 확신도 담겨있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AI 시대 이후에도 시장을 확장해나갈 회사의 미래였다.
로봇의 시대, 한세의 역할은
한세실업은 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큰 규모의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그동안 대규모 기자간담회보다 조용하고 단출한 행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행사 첫머리부터 김 부회장이 직접 연단에 올라 다가올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겨냥한 미래 의복을 공개했다.
전시장에는 로봇을 위한 의류 콘셉트가 다양하게 배치됐다. 아이를 돌보는 키즈 케어 로봇부터 노인과 환자를 보조하는 케어 로봇,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까지 각각의 사용 환경을 고려한 의류 디자인이 제시됐다. 손지연 한세실업 R&D 본부 이사는 “휴머노이드 의류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라기보다 기존 기능성 의류 기술을 미래 환경에 맞게 확장한 것”이라며 “한세실업이 축적해 온 기술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퍼포먼스였다. 한세실업이 제작한 의류를 착용한 로봇은 무대 위에서 가수 지드래곤의 ‘더 파워’에 맞춰 절도 있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단순한 시연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미 ‘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다는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장면 뒤에는 의도적인 공백도 있었다. 한세실업은 수주 현황이나 협업 구조, 시장 규모 등 사업의 핵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사업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이 지점에서 선을 그었다.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 만큼 모든 내용을 공개하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이었다.
업계는 이번 행사를 단순한 신사업 발표라기보다 기업이 바라보는 미래 역할을 드러낸 장면으로 해석한다. AI와 휴머노이드가 산업 구조를 바꾸더라도 의복 산업은 계속될 것이고, 그 안에서 한세실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반려동물 의류 시장이 커진 흐름처럼 휴머노이드 역시 새로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부회장은 “사람이 입는 옷을 잘 만드는 기업이 로봇의 옷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로봇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시대라면 그 의류 역시 한세실업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AI는 줄이기만 하는 도구일까
‘퓨처 웨어 미디어데이’의 핵심 화두는 김 부회장의 AI 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튿날 열린 한 포럼에서도 “AI를 통해 무엇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AI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이를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최근 글로벌 경영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미국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기업들이 AI를 비용 절감에만 활용하는 데 그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개선을 넘어 제품과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AI 활용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취지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서도 시각이 구체화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EY 글로벌 AI 리더인 댄 디아시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AI를 업무 자동화나 비용 절감 중심으로만 활용할 경우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새로운 수익 모델과 서비스 영역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 활용의 초점이 효율 개선을 넘어 사업 확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맥킨지는 AI를 보다 구조적인 변화의 기술로 보고 있다.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운영 방식과 가치 창출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는 해석이다.
한세실업은 2019년 국내 업계 최초로 버추얼 디자인 조직을 만들고 3D 가상 샘플 기술을 도입했다. 바이어는 실물 샘플 없이도 디자인과 핏을 확인할 수 있게 됐고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실물 샘플 제작량도 연간 50만장에서 30만장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활용도 한층 넓혔다. AI 디자인팀은 화보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어 글로벌 바이어에게 제안하고, 원단 질감과 실루엣 구현까지 고도화하고 있다. 생산 중심 경쟁력에서 디지털 기반 디자인 제안 역량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세실업이 휴머노이드 시장까지 확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기존 제조 역량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수요를 먼저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은 “과거 한국 기업의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과 신선함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제조·반도체·디지털 인프라 위에 AI를 결합해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휴머노이드 의류의 성패를 지금 단정하긴 이르다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비용 효율이나 기존 공정 개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세실업의 최근 행보 역시 단일 사업 검증의 차원이 아니라 산업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인슐린펌프 춘추전국시대'…케어메디·이오플로우·큐어스트림 격돌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서진 콘서트 전격 취소…부정선거 시위 장기화 여파 [왓IS]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속보]SK하이닉스, 프리마켓서 300만원 돌파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크레딧 체크포인트]장부는 ‘흑자’, 현금은 ‘마이너스’…호텔롯데 곳간에서 돈이 샌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FDA 허가부터 3상 톱라인까지'…하반기 눈여겨볼 K바이오 빅이벤트는?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