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재미보다 실속”…넷플릭스 끊어도 쿠팡은 못 끊는 이유
- [구독 어디까지 해봤니]②
고물가·경기 둔화에 소비자들 ‘비용 절감’ 택해
다음 격전지는 업무 효율 높이는 AI 구독 시장
구독 경제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영화·드라마·음악 등 ‘재미’ 중심의 콘텐츠 서비스가 구독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한 즐거움보다 매달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혜택과 포인트 적립 등 ‘실속’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달라진 소비자 선택 기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구독 경제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소비자가 실제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동영상 스트리밍이 아닌 ‘쇼핑 멤버십’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유료 가입자 비율만 놓고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OTT 카테고리가 72.9%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매달 실제로 지출하는 금액을 보면 순위가 뒤바뀐다.
쇼핑 멤버십의 유료 구독률은 67.7%로 OTT보다 낮지만, 월평균 지출 금액은 3만3400원에 달해 OTT(2만2700원)의 약 1.5배 수준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보다 소비자의 실제 지출 규모에서는 쇼핑 멤버십이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소비자의 구독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매달 내는 돈보다 더 큰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로 바뀌었다. 쇼핑 멤버십 구독을 유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6%가 “할인·포인트·무료배달 등 부가 혜택이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쇼핑 멤버십이 구독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실용적인 혜택이 있다. 쿠팡 와우 멤버십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등 주요 쇼핑 구독 서비스는 무료배송·할인·적립 포인트 등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앞세워 높은 유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구독 시장이 성숙하면서 소비자의 계산법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새로운 경험을 얻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했다. 그러나 이제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을 점검하고 정말 필요한 서비스만 남기는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구독료 대비 효용’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콘텐츠 서비스는 보고 싶은 작품이 없거나 바쁘면 잠시 해지해도 큰 불편이 없다. 반면 쇼핑 멤버십은 생수·휴지·식료품 등 매일 소비하는 생필품 구매와 직결되어 있어 혜택이 사라졌을 때 체감하는 불편이 훨씬 크다.
이처럼 무료배송과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특정 플랫폼에 안주하게 되는 현상을 ‘락인’(Lock-in·고객 잠금) 효과라고 한다. 한 번 형성된 편리한 소비 습관이 쇼핑 멤버십을 일상 속 탈퇴하기 어려운 필수재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시장 초기에는 새로운 서비스 경험 자체가 중요한 선택 요소였다면 지금은 이용자가 매달 돈을 낼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생활과 가까울수록 해지 가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쇼핑 플랫폼 간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료배송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만큼 독점 할인 상품, 멤버십 전용 혜택, 금융·콘텐츠와의 결합 서비스 등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커머스 기반 구독의 성장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혜택 경쟁이 과열될 경우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료 배송·할인 쿠폰·포인트 적립 등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용자 확보를 위해 지나친 혜택 경쟁을 벌일 경우 구독료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구독 경제 다음 격전지는 AI
향후 구독 시장의 경쟁은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도 AI 구독 서비스는 전년 대비 증감률은 8.4%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생성형 AI 챗봇·이미지 생성 도구·업무 생산성 서비스 등이 직장인과 학생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콘텐츠 중심 구독과 다른 흐름이다. OTT가 즐기기 위한 소비였다면 AI는 ‘일하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 업무 효율 향상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쇼핑 멤버십과 함께 강력한 구독 카테고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독 시장의 경쟁 기준은 가입자 수가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느냐 ”라며 “OTT와 쇼핑에 이어 AI가 새로운 구독 지출 항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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