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탈모 급여화 기대감에 주가 들썩…제약바이오 기대와 우려 교차
- 탈모약 건보 확대 검토에 관련 기업 재조명
치료제·생산시설·플랫폼 기업까지 수혜 기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탈모치료제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우선순위 논란으로 급여화 논의가 번번이 벽에 부딪혔지만,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정책 추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기존 탈모치료제 판매 기업은 물론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과 생산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열린 현 정부 출범 1주년 계기 정책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형탈모 등 질환성 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유전성 탈모나 노화에 따른 탈모 치료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정부는 20~34세 청년층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고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계열 탈모 치료제 처방 환자는 2021년 80만7018명에서 2025년 131만7150명으로 5년 새 60% 이상 증가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탈모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존 탈모약부터 생산기지까지…수혜주 주목
건강보험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환자 부담 감소에 따라 처방 규모가 확대되고 장기 복용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기존 탈모 치료제 판매 기업뿐 아니라 생산시설과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까지 잠재적 수혜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실제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탈모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최근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의 관심은 기존 탈모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JW신약은 탈모 발생 원인에 따라 처방 가능한 다양한 탈모 치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모나드정'과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네오다트정' 등 경구용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녹시딜 성분 외용제인 '마이딜 5% 액·폼 에어로졸'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미녹시딜 브랜드 '마이녹실'을 중심으로 탈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인 '미노페시아정'과 '다모다트정·캡슐'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유유제약은 탈모 치료제 자체 판매뿐 아니라 두타스테리드 기반 의약품 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27개 제약사에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수탁 생산·공급하고 있어 시장 확대 시 직접적인 생산 물량 증가가 기대된다.
경구제 한계 넘는다…차세대 제형 개발 경쟁
최근 탈모 시장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축은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이다. 현재 탈모 치료제는 대부분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업계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벤티지랩과 대웅제약은 피나스테리드 기반 장기지속형 탈모치료제 'IVL300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존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를 수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위더스제약은 경기 안성에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으며, IVL3001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삼익제약 역시 올해 초 원형탈모 치료에 활용 가능한 JAK 억제제 바리시티닙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특허를 확보했다. 해당 기술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원형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용 바리시티닙을 월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전환하는 개량신약 플랫폼이다.
업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기존 탈모약 판매 증가를 넘어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개량신약 개발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확대가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면서 탈모 치료 기술의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탈모를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보고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중증 질환보다 우선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이른바 '모(毛)퓰리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탈모 치료제 시장 확대는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경증 질환으로 분산될 경우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첨단 바이오 신약의 급여 확대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하반기 중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탈모 급여화 논의는 관련 제약사들의 수혜 여부를 넘어 건강보험이 어디까지 삶의 질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탈모 급여화가 현실화되면 기존 치료제 시장은 물론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개량신약 시장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은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인 만큼 적용 대상과 범위,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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