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치솟는 물가·美 은행 건전성 확인…연준 ‘연내 금리 인상’ 명분 쌓인다
- 경기 침체 견디는 32개 대형 은행…스트레스 테스트 전원 통과
인플레이션 본격화, 매파 본색 드러낸 연준
BoA “9월부터 연내 3회 인상”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 대형 은행들이 경기 침체 시나리오에서도 충분한 체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물가 지표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준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32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한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 결과 모든 은행이 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테스트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10% 급등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과 주택 가격이 각각 39%, 30% 폭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은행권 전체의 예상 손실액은 신용카드 대출 손실 약 2000억달러(약 308조8000억원), 기업대출 손실 약 1600억달러(약 247조원), 상업용 부동산 대출 손실 약 750억달러(약 115조8000억원)를 포함해 총 7080억달러(약 109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각 은행은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평균 1.6%포인트 하락 선에서 방어하며 규제 기준을 웃돌았다.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이번 결과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기초체력이 입증된 상황에서 발표된 물가와 성장률 지표는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명분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2023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율 기준 2.1%로 집계되며 잠정치(1.6%)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시장 침체와 실물경기 충격, 고용 약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지금 시장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워시 연준 의장이 이끄는 연준 이사회가 물가를 잡기 위해 충분히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본격적인 긴축 페달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올해 9월과 10월, 12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총 3회 인상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관측을 내놨다. 당초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도이체방크 역시 연준이 올해 9월 and 12월에 각각 금리를 올려 연내 총 2회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음 달 발표될 6월 물가 지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는데 이번 5월 지표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체력을 고려했을 때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고정값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다음 달 한국은행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환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지켜만 보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에는 연준보다 한 발 앞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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