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부자들의 ‘머니 무브’…AI ETF냐, 성수동 아파트냐
- [100억 코인 부자, 증명의 시간]➂
‘벌기’보다 ‘지키기’ 로 달라진 투자법
AI 주식·부동산으로 자산 재편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을까요, 아니면 성수동 아파트를 먼저 볼까요.”
최근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크(PB)센터와 자산관리(WM)센터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수십억원대 자산을 일군 투자자들의 상담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어떤 가상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던 고객들이 이제는 투자·부동산 전문가와 세무사를 함께 만나 자산배분과 증여, 법인 설립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가상자산으로 부를 일군 신흥 자산가들의 관심이 ‘투자’에서 ‘관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AI 주식 담고, 상가·아파트 매수도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은 ‘얼마를 더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자산을 지킬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높은 변동성을 경험한 데다 과세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와 절세 전략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국민은행 PB센터에서는 올해도 가상자산를 매각한 자금이 유입된 사례가 있었다.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패밀리오피스 등 프리미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증권 THE센터필드W에서는 세금 이슈와 시장 조정을 계기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상담이 늘었다고 밝혔다.
빗썸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도 크립토 시장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 AI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기술주와 ETF를 장기 보유하려는 상담도 활발했다. 투자법인 설립과 절세 방안에 대한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초고액자산가 전담조직 GWM(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역시 코인을 현금화한 자금이 증권사 계좌로 유입돼 자산관리 상담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꾸준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신규 상담은 다소 줄었지만, 이미 상당한 자산을 확보한 고객들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산 배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으로 번 자금은 금융자산뿐 아니라 실물자산으로도 이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VIP센터를 통해 가상자산 일부를 현금화한 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 매수를 검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 매수 문의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한 조기 증여 상담도 활발하다. 고객층이 비교적 젊은 만큼 상속보다 생전 증여를 통한 장기적인 자산 이전과 절세 설계에 대한 관심도 높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했다. 실제 상담을 거쳐 가상자산으로 형성한 자산 일부를 성수동 서울숲 일대와 용산 이촌동 아파트 매입에 활용한 사례가 있었으며, 수익형 부동산 투자 문의도 꾸준하다고 전했다.
증여 상담 역시 관심이 높은 분야다. 배우자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증여 시기와 절세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반면 비상장주식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지만 환금성과 투자 위험을 고려해 실제 투자보다 시장 전망이나 유망 기업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의 상담이 많다고 밝혔다. 하나증권도 가상자산 자금은 대부분 개인 계좌를 통해 이전되며, 비상장 투자보다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금융권은 가상자산으로 부를 형성한 투자자들이 기존 자산가들과는 다른 투자 습관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은 전문직이나 회사원 출신의 비교적 젊은 고객이 많다. 자산 규모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수준이다. 오랜 사업소득이나 기업 경영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전통 자산가들과 달리 단기간에 자산이 급증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기 자산배분·안정 운용으로 눈 돌려
투자 성향도 차이가 있다. 전통 자산가들이 장기 보유 전략을 선호하는 반면,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비교적 매매 회전율이 높고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는 알고리즘 매매나 단기 주식 매매에도 관심을 보인다.
다만 최근에는 자산 운용도 점차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평가다.
우리은행은 높은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일수록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등 안전자산으로 기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뒤 자신이 잘 이해하는 기술주 등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상담의 중심이 공격적인 투자보다 장기 자산배분과 안정적인 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과 증권사도 이들을 새로운 자산관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GWM을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하나증권 WM센터에서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통해 주식시장과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패밀리오피스와 투자자문, 상속·증여 서비스를 연계한 종합 자산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역시 세무·부동산·증여·자산배분을 아우르는 원스톱 상담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으로 자산을 형성한 고객들의 관심이 투자 자체보다 자산배분과 절세, 부동산 등 종합 자산관리로 확대되고 있다"며 "WM 시장에서도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담과 서비스 수요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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