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이해일 KT지니뮤직 본부장 “아이오아이·니케 완판…4대 엔터에도 없는 지니만의 무기”
- 틈새 시장 공략해 두 자릿수 성장
오프라인 몰입 경험 앞세워 차별화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10년 만에 뭉친 아이오아이(I.O.I)의 신곡 신드롬과 메가 히트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실물 음반 광속 절판. 대형 기획사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틈새 시장에서 이 놀라운 ‘잭팟’을 연이어 터뜨린 주인공은 토종 플랫폼 KT지니뮤직이다.
KT지니뮤직에서 음원 유통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해일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전통적인 문법을 탈피해 서브컬처와 레트로 K-팝 등 코어 팬덤 중심의 역발상 전략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서울 강남의 KT지니뮤직 사옥에서 이 본부장을 만나 독창적인 장르 개척 비화와 미래 인공지능(AI) 로드맵을 들어봤다.
출혈 경쟁 거부한 KT지니뮤직의 역발상
이 본부장은 인터뷰의 시작과 동시에 국내 음원 유통 업계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냈다. 그는 “4대 기획사(하이브·SM·JYP·YG)는 이미 사업 방향과 구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우리가 그 유통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많은 리소스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제살을 깎아 먹어가면서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을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 곳의 숨은 1등’이 되자는 역발상 전략으로 서브컬처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고 사업 방향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엔터 기업들은 지분 구조로 얽힌 전용 유통사를 거쳐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유통사 간의 수수료 인하라는 치킨게임은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KT지니뮤직은 과감하게 시선을 돌렸다. 메인스트림 차트가 주목하지 않지만 충성도와 구매력이 압도적인 ▲서브컬처 등 게임 지식재산권(IP) ▲영유아 콘텐츠 ▲세대를 관통하는 레트로 K-팝 시장에 전력 투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발상 체질 개선은 곧바로 경영 성과로 증명됐다. 올해 1분기 KT지니뮤직 음악유통사업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한 162억3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거대 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장르 마켓을 개척해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단순 유통 대행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 드라마 OST 제작 경험을 자산 삼아 글로벌 대형 IP 홀더(지식재산권 보유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밑바닥에서부터 확장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포켓몬코리아 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합리적인 예산 제안과 전방위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아 올린 덕분이다.
팬 서비스 넘어 사업으로…유통의 문법을 바꾸다
최근 시장을 흔든 성과들은 KT지니뮤직의 미래 먹거리 전략의 파괴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결합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의 신곡 ‘갑자기’는 발매 이후 6주 연속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썼다. 이 본부장은 “프로야구 선수 양의지의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결합하면서 대중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상업적인 색채가 빠지자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레트로 K-팝이 가진 무서운 힘”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시프트업의 메가 IP ‘승리의 여신: 니케’의 실물 음반 유통 프로젝트는 서브컬처 팬덤의 화력을 입증했다. 이 본부장은 “수천 장의 물량을 확보해 오프라인 행사에 나갔는데 팬들이 줄을 서서 하나씩 사는 게 아니라 6종 세트 전체를 그 자리에서 전부 구매했다”고 회상했다. 6종 세트의 가격은 10만원을 넘었지만 코어 팬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흥행 비결에 대해 리스크 관리와 정밀한 분석이 ‘핵심’임을 짚었다. 그는 “굿즈를 판매하는 회사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내부적으로 투자 심의 근거를 마련했고 철저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추가 주문까지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뮤직에는 없는 ‘오프라인 몰입 경험’
KT지니뮤직의 시선은 이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가치 소비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유튜브뮤직과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로컬 시장에 특화된 현장 중심의 생생한 경험까지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맹점을 파고들었다.
이에 단순 음원 배급을 넘어 무대 형태의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고, 각 IP에 특화된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는 오프라인 경험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공연과 MD 매출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일방향의 미디어를 벗어나 자신이 몰입한 콘텐츠에 직접 찾아가 지갑을 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이 모방하기 어려운 현장 경험 서비스를 로컬에 특화된 형태로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음원 유통망을 효율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AX(인공지능 전환)도 예고했다. 현재 KT지니뮤직은 전 세계 95개국, 50여 개 플랫폼에 달하는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플랫폼에 음원이 정상적으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일일이 사이트에 접속해 화면을 캡처하는 비생산적인 업무가 반복됐다. 회사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음원 등록 상태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링크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축적된 정산 데이터와 플랫폼별 트래픽 추이를 계량화해 아티스트와 파트너사에게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대시보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이 본부장은 “AI가 보고서를 취합해 종합 대시보드로 제공하면 파트너사들은 각 플랫폼을 확인하지 않고도 마케팅 재원을 어느 시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팬덤 비즈니스와 AX를 결합한 KT지니뮤직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KT지니뮤직의 미래는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이 아닌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을 글로벌 네트워크와 AX 기술에 정교하게 결합하는 데 있다”며 “AI 기반 유통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경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음원 유통 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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