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음의 복리’ 덫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퇴출론까지 번졌다
- 투자자 10명 중 8~9명 손실…정치권서도 “상장폐지 필요”
제도 손질 불가피…진입장벽 높이는 방안 부상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정치권까지 상장폐지 주장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행 제도상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워 실제 퇴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거래는 폭증, 수익률은 뒷걸음질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2배 레버리지 상품에까지 대규모 자금이 몰리자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212조원의 자금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실패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구조인데 여기에 레버리지를 더하면서 일일 리밸런싱과 차익거래가 반복돼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자 손실도 문제로 거론했다.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음의 복리 효과 때문에 투자자들의 자산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출시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14개 모두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최대 손실률은 35.9%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시장 흐름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7월 7일 하루 만에 6.92% 급락했고 다음날에도 장중 7% 넘게 또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실적보다 변동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폭은 더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7월 8일까지 각각 고점 대비 18.3%, 24.5%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했고,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의 투자 데이터 서비스인 ‘NH데이터’에 따르면 KODEX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종가가 2만1220원이었을 당시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 비중은 82%에 달했다. KODEX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역시 종가 2만5310원 기준 손실 투자자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폐지보다 규제…해법 찾는 금융당국
시장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9조6000억원에 달하고, 매매회전율은 105.3%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루 만에 순자산 규모를 웃도는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초단기 매매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체 ETF 상품의 거래대금 상위 종목 5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 3개에 달했다. 5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이들 종목에서 발생한 거래대금은 총 24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쏠림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와 당국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관계기관이 예의주시하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을 심화하고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주가 조정 시에는 개인 투자자 손실 확대는 물론 환매와 포지션 리밸런싱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상품 도입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내 ETF는 순자산가치와 기초지수 간 괴리가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되거나 ▲유동성공급자(LP) 부재 ▲투자신탁 해지 ▲기초자산 상장폐지 등 법령과 거래소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상장폐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즉각적인 상장폐지보다는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던 것처럼, 현행 1000만원 수준인 기본예탁금을 3억원으로 상향하거나 전문 투자자에게만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낮춰 현재와 같은 과열 거래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대표 시가총액 종목인 만큼 기초자산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현재 운용과 유동성 공급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이나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논의는 이어질 수 있지만 상품 자체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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