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HLB 간암 신약, 세 번째 FDA 문턱서 또 제동…주가 하한가
- 항서제약 제조시설 cGMP 보완 요구…임상 유효성·안전성 지적은 없어
리보세라닙 허가 일정 다시 지연…HLB “자료 검토 후 재신청 계획 발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HLB가 추진해 온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품목 허가가 또다시 불발됐다. 임상시험 결과가 아닌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제조시설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다. 세 번째 허가 도전마저 무산됐다는 소식에 HLB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전 거래일보다 29.89% 내린 3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로 직행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주가 급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리보세라닙 허가와 관련해 보완요구서한(CRL)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9일 현지시간 FDA로부터 리보세라닙 품목 허가에 대한 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CRL은 FDA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의약품을 승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추가 자료 제출이나 문제점 보완을 요구하는 문서다.
이번 CRL에는 리보세라닙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중국 항서제약 제조시설에 대한 미국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관련 지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HLB에 따르면 FDA는 지난 4월 항서제약 원료의약품 제조소를 대상으로 일반 cGMP 실사를 진행했다. FDA는 해당 제조소의 지적 사항이 해소되지 않으면 리보세라닙을 승인할 수 없으며, 보완을 마친 이후에도 사전 승인 실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HLB는 이번 보완 요구가 임상시험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제조시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건 엘레바 테라퓨틱스 대표는 “임상의 유효성·안전성 자료와 관련한 지적이나 추가 임상시험 요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제조시설 문제가 신약 승인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항서제약과 엘레바 테라퓨틱스 간 정보 공유와 대응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HLB는 항서제약이 지난 4월 FDA 실사를 신약 승인을 위한 사전 승인 실사가 아니라 정기적인 cGMP 시설 실사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항서제약이 실사 결과와 보완 요구 내용을 엘레바 측에 제때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조시설이 발목…허가 일정 다시 안갯속
항서제약은 FDA의 지적 사항과 관련한 보완 자료를 이미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항서제약 측에 제조소 실사 관련 자료와 개선 계획, 보완 완료 예상 시점 등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HLB는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재신청을 위한 대응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주주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잘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리보세라닙의 미국 품목 허가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HLB는 2023년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병용하는 요법에 대해 간암 1차 치료제로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2024년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이 FDA의 제조·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CRL을 받으면서 첫 번째 허가가 불발됐다.
HLB는 이후 지적 사항을 보완해 지난해 3월 두 번째 허가 신청에 나섰다. 하지만 FDA가 항서제약 제조시설의 멸균 공정과 관련한 문제를 추가로 지적하면서 승인이 다시 무산됐다.
이번 세 번째 심사에서도 항서제약의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문제가 불거지면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시장 진출 일정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HLB는 임상 데이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FDA 허가 심사에서 제조시설과 품질관리 체계 역시 핵심 평가 항목인 만큼 항서제약의 보완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재신청 일정도 확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반복된 허가 지연이 투자자 신뢰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HLB 기업가치와 성장 기대를 떠받쳐 온 핵심 신약 후보물질이다. 품목 허가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미국 시장 진출과 상업화 일정뿐 아니라 회사의 자금 조달과 사업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FDA 허가에서 제조·품질관리도 임상만큼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반복적으로 같은 이슈가 발생한 만큼 시장에서는 단순한 재신청보다 제조 시스템 개선과 허가 일정의 가시성을 확인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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