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위 ‘CIFO’ 신설 움직임, 은행 지배구조 흔든다…ESG 강화에 역행
- [‘포용’ 가면 쓴 관치 금융 논란]①
리스크 총괄 CRO와 포용금융 CIFO 역할 충돌…조직 파편화 우려
김용범 정책실장 “3고 현상, 성공의 비용”…책임은 은행 몫?
“리스크 확대시 임원 면책, 은행 부실 문제는 해결 못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금융지주의 포용금융최고책임자(CIFO·Chief Inclusive Financial Officer)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권과 내부 조직도까지 정부가 행정지도로 규율하는 것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금융사의 지배구조 체계를 흔드는 일로 ESG 강화 움직임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내 감독총괄분과의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추진단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CIFO 도입이었다. 금융회사들이 포용 금융 전담 임원을 두고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과 채무 조정과 같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금융의 공적 기능을 강조한 뒤 나온 정책으로 풀이된다.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출범을 예고하면서 “금융사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를 지정해 이사회 안에 지배구조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 내재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실적 채우기용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경영진이 포용금융을 핵심성과지표(KPI)로 다루도록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포용금융 실천을 위한 정책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운 금융권의 포용금융 전담 임원을 정부가 나서서 만들도록 강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ESG를 강화하면서 포용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고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정부 압박에 밀려 관련 임원을 만들고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약계층 공급 총괄" vs "민간 경영권 침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CIFO 도입을 밀어붙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적극적인 포용금융 실행을 위해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장기화로 서민들의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회공헌이나 상생금융 공급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현재 은행권 내에는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최고리스크책임자(CRO)·준법감시인 등이 존재하지만 포용금융 업무가 여러 부서에 파편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사적인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CIFO를 통해 정책금융 공급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상생금융 실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CIFO가 생길 경우 조직의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파편화하고 내부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중은행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으로는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CRO와 당기순이익을 뽑아내야 하는 영업그룹장이 있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수익을 확대하는 게 기업의 주된 목표다. 그런데 CIFO가 포용금융을 목표로 대출 확대를 요구하면 이를 조율하기 어려워진다. 포용금융은 그 자체로 원금 손실의 우려를 안고 있는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CRO 입장에서는 CIFO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돼 정면충돌 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CIFO를 신설하고 포용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손실이 나더라도 사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죄부 카드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면책 제도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IFO의 책임이 사라진다고 해서 민간 은행의 부실 대출로 인한 실제 재무적 손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떤 자리에 어떤 임원을 두고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이사회와 주주들의 고유 권한이다. 만약 이런 개입이 연체율을 높이고 금융회사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위해 은행이 부실 대출을 늘렸다가 건전성에 손상을 입으면 그것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로 기업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흔드는 일이 된다”며 “ESG 강화를 강조해온 정부와 움직임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3고 현상이 성공의 비용이라더니…화살 맞는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 정책 실책으로 인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은행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지난 5월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경제 전반의 가격체계가 한 단계 상향 조정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 ▲증시 변동성 확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이 이어지고 서민 경제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의 화살이 금융회사로 향했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CIFO 신설은 ‘불가피한 성공의 비용’을 금융회사와 그 주주들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며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마치 포용 금융을 외면한 금융사의 잘못 때문만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민과 경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의 팔을 비트는 게 아니라 정부가 더 촘촘한 정책 설계를 통해 예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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