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 육아일기]①
경쟁률 10대 1 훌쩍…투자·협업·글로벌 진출 기회
“뽑은 뒤가 더 중요”…산업·지역·성장단계별 지원 필요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은 모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KB금융 ‘KB스타터스’ ▲신한금융 ‘퓨처스랩’ ▲하나금융 ‘하나성장지원센터’ ▲우리금융 ‘디노랩’ 등이 대표적이다. 각 프로그램은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비롯해 ▲전용 업무공간 ▲세무·회계·법률 컨설팅 ▲글로벌 진출 지원 ▲투자 연계 등을 제공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뽑히는 것부터 경쟁…금융사 육성 프로그램 인기
KB금융의 ‘KB스타터스’는 201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438개 스타트업을 선발·육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5개사를 선정했으며, 하반기 수시 선발 등을 통해 연간 약 50개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올해 정시 모집에서 국내 부문은 10.7대 1, 글로벌 부문은 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은 기술 및 서비스의 혁신성과 시장 경쟁력,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KB금융 계열사와 실제 협업이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본다.
KB스타터스를 거친 기업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KB금융은 스타트업들의 누적 투자 유치 3089억원과 계열사 협업 421건을 지원했다. KB스타터스 출신 기업 중 유니콘 기업은 4곳, 예비유니콘 기업은 3곳, 아기유니콘 기업은 30곳에 달한다.
2015년 출범한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퓨처스랩’도 지원 열기가 뜨겁다. 올해 12기 모집에는 약 800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30개사를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우수 기업이 많아 상생금융 차원에서 선발 규모를 47개사로 확대했다.
신한금융은 스타트업들이 퓨처스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육성-협업-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꼽았다. 그룹 계열사와의 사업 협업을 통해 성장 기회를 얻고, 이후 투자와 글로벌 진출까지 연계받을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들의 기대를 모은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 퓨처스랩은 혁신서비스 발굴 및 공동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협업 트랙’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기업을 선발하는 ‘육성 트랙’으로 운영된다”며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신한과 함께 성장하려는 적극성과 열정적인 태도를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업 가능성 본다”…금융사가 스타트업 선발하는 기준
하나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성장지원센터’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하나성장지원센터는 현재까지 약 200개 기업을 육성했으며, 선발 경쟁률은 약 25대 1이다. 올해는 10개 기업을 선발했으며, 향후 선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성장지원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공개모집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무진이 직접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며 발굴해낸다. 기술력만이 선발 기준은 아니다. 선발 과정에서는 기술력은 물론, 대표자의 역량·조직문화·서비스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하나금융과 실제 사업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실무진이 직접 발굴한 기업인 만큼 선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밀착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사업 협업과 성장 지원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중시하는 건 우리금융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은 2016년 출범 이후 총 231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현재는 강남·관악·경남·충북·부산·전북 등 국내 6개 거점과 베트남 거점을 기반으로 매년 40~50여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새롭게 선발하고 있다.
디노랩은 우리금융과의 사업 연계와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특히 그룹 계열사와 실질적인 사업 연계나 기술검증(PoC)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본다. 선발 분야도 핀테크에 한정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금융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발굴 범위를 넓혔다.
‘선발’은 시작일 뿐…스타트업이 원하는 금융사의 역할
스타트업들이 금융사 육성 프로그램에 몰리는 이유는 단순히 교육이나 사무공간을 제공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를 만나고 계열사와 사업 협업을 추진하며, 금융사의 이름을 발판 삼아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그룹이 선발한 기업이라는 점을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 본다”며 “선발 기업의 대부분이 그룹사와의 접점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 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들이 금융사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금융사에 바라는 지원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거나 프로그램에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과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우리금융 디노랩 졸업 기업인 ‘딜리버리랩’의 이원석 대표는 금융사의 스타트업 지원이 ‘선발’이나 ‘자금 공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뿐 아니라 유통·물류 등 일반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 확대 ▲창업부터 프리IPO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자금 공급 ▲지방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나 반도체 같은 디테크 영역도 투자가 매우 중요하지만 유통·물류 등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곳도 많다”며 “이런 분야의 투자가 활성화되면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활성화까지 함께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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