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오르든, 내리든 ‘한쪽에 몰빵’…'초단타' 투자시장 경고등
- [사든, 팔든 몰빵 투자] ①
변동성 안전자산 대신 ‘레버리지·곱버스’로
거래량 상위 11개 ETF 싹쓸이…"손실 회복 베팅"
최근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자 투자자들의 매매도 한쪽 방향으로 쏠리기보다 상승과 하락 양쪽에 동시에 베팅하는 극단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거래가 대표적이다. 주가 상승에 2배로 베팅하는 상품과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상품이 나란히 ETF 거래대금 1·2위를 차지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양쪽 모두에 수조원대 자금이 몰린 것이다.
가장 극단적 베팅 쏠림이 심했던 이달 20일 기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거래대금은 4조2899억원,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3조9195억원에 달했다.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변동성 자체를 수익 기회로 삼는 단기 방향성 거래에 몰렸다는 의미다.
특히 하락에 베팅하는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경우 시가총액은 2048억원에 불과했지만 하루 거래대금은 3조9195억원으로 시가총액의 약 19배에 달했다. 상품 규모보다 훨씬 많은 거래가 하루 동안 반복됐다는 뜻으로, 같은 물량이 여러 차례 손바뀜하는 초단기 회전매매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헤지 수요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현물 비중을 줄이기보다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오가며 짧은 시간 안에 방향성 수익을 노리는 매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뒤 반등을 기대해 레버리지에 올라타고, 예상과 달리 추가 하락하면 다시 인버스로 방향을 바꾸는 식이다. 과거 변동성 장세에서는 지수형이나 배당·방어형 상품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투자 방식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오르면 레버리지, 떨어지면 인버스·곱버스를 매수하며 단기간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 방식이 두드러진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손실 규모가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시장 방향을 맞히면 짧은 기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큰 위험을 택하게 만드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면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했다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더라도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시장의 방향뿐 아니라 매수·매도 시점까지 맞혀야 하는 것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기초자산 일간 수익률 2배에 연동되기 때문에 복리 효과로 기초자산 수익률과 상품 수익률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고위험 베팅 확대가 시장 변동성을 다시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목표한 수익률 배수를 맞추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이나 선물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거친다. 시장 움직임이 커지고 상품 규모가 확대될수록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수·매도 물량도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특정 종목을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자금이 일부 종목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임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주식 현물과 주식 선물을 동시에 편입하기 때문에 주가와 파생상품에도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종목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에 나섰지만 특정 상품만 규제할 경우 투자 수요가 인버스나 신용거래, 파생상품 등 다른 고위험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단기간에 손실을 만회하려는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레버리지 ETF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자금이 고위험·고회전 투자로 이동하는 현상 자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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