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은행 연체율 0.67%로 9년 7개월 만에 최고…중소기업·자영업 부실 우려
6월 수출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반도체 비중 40% 육박해 쏠림 심각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주요 수출 지표가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연체율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실적이 우리 경제 전체 성장률을 견인하는 사이, 낙수효과를 보지 못한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연체율 고공행진…중소기업·자영업 직격탄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월말 은행권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전국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0.61%)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0월(0.81%)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1.00%를 기록하며 2015년 5월(1.11%)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자영업자 중심의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0.82%로 2013년 5월(0.92%)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기업 연체율 역시 2021년 9월(0.28%)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사상 처음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월 수출 1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선 국가가 됐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 6월 기준 월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7월 1~20일 수출액은 54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하며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 침체에도 수출 성적표가 좋게 나온 배경에는 ‘반도체’ 호실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7월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6% 증가한 221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의 40.3%에 달했다. 6월 반도체 수출 역시 199.5%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로 사상 첫 400억달러 선을 넘었다.
영업이익 81% 늘어도 고용 증가는 0.2%…‘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문제는 ‘반도체 경제’의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수출을 통해 기업이 돈을 벌면 협력업체와 국내 다른 산업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경제가 살아나야 하는데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82개사의 2023~2025년 실적 및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53조3764억원에서 277조6844억원으로 81.0%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2023년 말 129만9333명에서 지난해 말 130만2191명으로 2858명(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IT·전기전자 업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향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4.4%, 2740.5% 급증한 반면 고용인원은 1727명(0.6%) 늘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긴축 전환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부담을 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에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자영업자 간격이 넓어지는 ‘K자형 양극화’의 위험 지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에만 기대는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활성화, 중소기업 채무 부담 완화, 신산업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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