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축의금도 주식으로”…후발 플랫폼 증권사 ‘고객 쟁탈전’
- [카카오페이증권의 반란]②
기존 증권사 리테일 우위…후발주자 차별화 전략
주식 선물·축의금 도입…투자 경험 확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축의금도 주식으로 준다고?"
기존 증권사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고객 유인책이 등장했다. 거래 수수료 무료나 현금 지급 이벤트를 넘어 투자를 일상과 연결하는 마케팅이 확산하면서 브로커리지 시장의 경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후발 플랫폼 증권사들은 생활 플랫폼과 투자 서비스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기존 리테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 수수료 무료나 현금 지급 이벤트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결혼 축의금, 신생아 주식 증정, 주식 선물하기 등 투자 경험 자체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색 마케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국내 증권계좌가 7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리테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순 계좌 개설보다 실제 거래를 이어가는 '활성 고객' 확보가 수익성을 좌우하게 된 영향이다. 특히 브로커리지 시장의 후발주자인 플랫폼 증권사들은 기존 대형 증권사와 정면 승부 대신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계좌'보다 '활성 고객'…증권사 경쟁축 이동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기존 대형 증권사들은 수십 년간 축적한 리테일 고객 기반과 전국 영업망, 프라이빗뱅커(PB) 조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위탁매매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2020년과 2021년 출범한 후발주자로, 기존 고객을 유입시키지 않으면 성장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단순 수수료 경쟁에서 벗어나 투자 경험 자체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플랫폼 증권사들은 모회사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투자 서비스를 일상 속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종합계좌 7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월 예탁자산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금저축 계좌도 30만개를 돌파하는 등 장기 자산관리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따뜻한 자본주의'를 핵심 경영 철학으로 제시하며 "투자가 일부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혼인신고를 하는 신혼부부에게 10만원 상당의 국내 주식을 지급하고, 내년 태어나는 신생아에게도 10만원 상당의 주식을 증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거래지원금이나 수수료 할인 이벤트와 달리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주기를 투자와 연결해 장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생활 플랫폼과 투자를 결합하는 시도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종목을 공유하거나 주식을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향후 메신저 안에서 보다 간편하게 투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친구에게 주식을 선물하면 받은 사람은 해당 금액만큼 자동으로 온주 또는 소수점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방식이다. 투자 경험이 없는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자본시장에 유입시키겠다는 의도다.
토스증권 역시 플랫폼 기반 고객 확보 전략의 대표 사례다. 출범 초기 진행한 '해외주식 1주 받기' 이벤트는 당초 일주일 동안 약 10억원 규모로 기획됐지만 시작 1시간 만에 예산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주식 선물하기, 업계 최초 해외주식 실시간 소수점 거래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투자 진입장벽을 낮췄다.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는 이후 공개 석상에서 "회사를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했던 시기였지만 적당한 성공에 만족할지, 과감한 투자로 고객을 확보할지를 두고 고민이 컸다"며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선택이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이벤트를 플랫폼 증권사가 기존 증권사의 고객 확보 공식을 바꾼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플랫폼 증권사들의 전략은 단순한 이벤트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이벤트를 통해 유입된 고객을 해외주식,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 등 장기 자산관리 서비스로 연결하는 '록인(Lock-in)' 전략이 핵심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10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 236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장기 자산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고객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계좌 수가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계좌 개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핵심 지표도 계좌 수에서 월간활성이용자(MAU), 예탁자산(AUM), 장기 투자 고객 비중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탄탄한 리테일 고객 기반을 확보한 만큼 후발 플랫폼 증권사들은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결국 이색 마케팅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 경험을 차별화하고 장기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쟁은 누가 더 많은 계좌를 개설하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거래하는 고객을 확보하느냐, 또 AI 기반 자산관리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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