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미쉐린 3스타 철학을 곰탕에…‘가온’의 새로운 도전 [이코노 인터뷰]
- 조윤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 인터뷰
3년 만에 선보인 새 브랜드 ‘가온가옥’…“가온 재개 계획은 없어”
광주요 그릇·화요 술과 시너지…한국 식문화 알리는 브랜드 목표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한국 미식계에서 ‘가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3년 화요그룹(옛 광주요그룹)은 ‘한식의 고급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한식당 가온을 열었다.
‘한식은 싸고 푸짐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때였다. 수십만원대 한식 코스요리를 대표 메뉴로 내세운 가온에 “왜 이렇게 비싸냐”는 비판이 쏟아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3년 뒤 화요그룹의 외식사업부 가온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가온과 모던 한식당 ‘비채나’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가온은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비채나는 1개를 받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되기 시작한 지난 2016년부터 가온은 7년 동안 3스타를 유지하며 한식 파인 다이닝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3년 1월 1일 문을 닫은 뒤에도 지금까지 영업 재개에 관한 질문이 그치지 않을 정도로 가온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수라상에서 집밥으로
영업을 중단한 지 약 3년 만에 가온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6월 26일 서울 서초구 화요그룹 신사옥 1층에 문을 연 ‘가온가옥’이 그 주인공이다.
가온이 수라상에서 영감받아 ‘왕의 하루’를 재현했다면, 가온가옥은 매일 먹는 ‘일상식’에 집중했다.
조윤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온은 끝난 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라며 “미쉐린 3스타 획득으로 ‘최고의 한식을 보여주겠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가온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좋은 음식·공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가온의 철학을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에서 매일 먹는 ▲밥 ▲국 ▲반찬 등 ‘집밥’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아 가온가옥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한식 가운데 ‘곰탕’을 택한 이유에 관해 조 대표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음식이라고 생각했다”며 “파인 다이닝처럼 좋은 재료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개점 한 달 차를 맞은 가온가옥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조 대표는 “내부에서는 가온가옥을 ‘3대가 함께 오는 집’이라고 칭한다”면서 “부모님·자녀 등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방문할 만큼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가온이라는 이름을 보고 매장을 찾은 고객이 많다”며 “가온을 경험했던 분들에게 ‘역시 가온’이라는 평을 듣고 가온가옥의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가온의 영업 재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로선 가온을 다시 열 생각은 없다”는 게 조 대표의 입장이다.
조 대표는 “한국 미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도는 10년 연속 1스타를 받은 비채나로도 가능하므로 굳이 파인 다이닝을 추가로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당분간은 가온가옥과 한식 디저트 브랜드 ‘아라리’를 통해 가온의 철학과 한국의 맛을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빠른 확장보단 ‘완성도’ 우선”
가온소사이어티는 지난해 서울 북촌에 아라리를 선보였다. 일상에서 한식을 재미있고 편안하게 즐기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라리에서도 파인 다이닝의 정신은 이어진다. 대표 메뉴인 ‘아라리 차’의 ‘홍시 수정과’는 비채나의 코스요리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다. 아라리 차에 들어가는 동그란 모양의 ‘란’(卵)은 분자요리 기법을 활용해 매일 셰프들이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만든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탓에 하루에 생산 가능한 란은 1500여개가 최대다. 매장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이유다.
‘맛의 완성도’를 가장 중시하는 경영 철학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출시 ▲매장 확장 ▲해외 진출 등은 완벽한 맛을 구현할 수 있을 때 고려하겠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백화점과 쇼핑몰 등 여러 곳에서 가온가옥과 아라리의 입점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라면서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것보다는 현재 본점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어디서든 똑같이 구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는 “최근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왜 해외로 나가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빨리 해외에 진출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가온소사이어티만의 강점으로 조 대표는 화요그룹의 도자 브랜드 ‘광주요’, 증류주 브랜드 ‘화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조 대표는 “가온소사이어티의 한식 브랜드 매장은 광주요의 그릇과 화요의 술, 한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가온소사이어티 ▲화요 ▲광주요 세 브랜드는 ‘한국의 식문화를 전달한다’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온소사이어티를 단순한 외식 사업 기업이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며 “화요그룹 3사가 함께 한식을 일상적으로 즐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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