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동산 막차에 가계대출 급증…지방은행 연체율엔 ‘빨간불’
- [역주행 금융정책, 부담은 은행 몫]②
5대銀 7월 잔액 778조7869억원, 연간 증가 목표 초과
지방은행 평균 연체율 1.33%…시중은행보다 3배 높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정책이 은행권의 대출 관리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택 구입과 자금 확보를 서두르는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이 사실상 ‘선착순 게임’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연간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금리까지 인상하고 있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에서는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출 증가세 꺾이지 않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78조7869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과 비교하면 3억8261억원 늘어난 규모다. 5월 이후 석 달 연속 3조원 이상 증가세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합계가 4조33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으로, 하반기에는 대출 심사와 한도를 강도 높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은 이미 개별 목표치의 1.5~2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총량 관리 강화와 은행권의 자율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특히 부동산 매수 수요가 이어져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7월 30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0조484억원으로 전달(108조6704억원) 대비 1조3780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669억원으로 2022년 8월(44조7699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 마통 잔액은 6월보다 1조1857억원 늘어났다. ▲5월(1조8579억원) ▲6월(1조8329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1조원대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실적 증가율인 1.7%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에 별도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금융회사별 월간·분기별 목표도 함께 관리하기로 했다. 특정 시점에 대출이 급증하면 은행이 남은 기간 취급량을 줄여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아무리 관리해도 부동산 정책과 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리면서 은행 창구에서의 대출 신청이 사실상 ‘선착순 게임’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규제 시행이나 은행별 한도 소진을 우려한 차주들이 대출 신청을 앞당기면서 상반기에 수요가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지방은행, 중저신용자 중심 연체율 급등
은행들은 연간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하반기 대출 채널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부 은행은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나 가산금리 인상은 주로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차주의 금리가 바로 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기존 차주의 금리도 재산정 기준에 따라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한 만큼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 등 지표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연체율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에 놓인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에 따라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부담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맞춰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조정해 가계대출 총량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부담은 지방은행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올해 2분기 말 평균 연체율은 1.33%로 지난해 2분기 말 1.19%보다 0.14%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 0.39%와 비교하면 3배를 웃돈다. 일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이미 1.5%를 넘어선 상태다.
중저신용자 대출의 건전성은 더욱 취약하다. 지방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평균 5.00%로 1년 전 4.30%보다 0.70%포인트 올랐다. 같은 시점 전체 은행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연체율은 2.32%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45%의 5배를 웃돌았다. 중저신용자 연체채권 잔액도 1조2047억원으로 2022년 초보다 134.9% 증가했다.
지방은행은 지역 경기와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아 경기 둔화와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여기에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많은 지방은행부터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만큼 하반기에는 신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총량 규제를 일률적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의 금리 부담이 커지거나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밀려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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